[가요는 삶의 축] 28. 곤드레만드레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28. 곤드레만드레

빈 병과 빈병

  • 승인 2017-01-18 00:01
  • 홍경석홍경석


“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 ~ 너의 사랑에 향기 속에 빠져버렸어 ~ 가진 것은 없다지만 사랑으로 감싸줄게 ~ 진심어린 마음하나 나는 너를 사랑해 ~ 비 오는 날 흐린 날도 햇살처럼 안아줄게 ~ 너의 흔들리는 사랑을 꽃으로 피워줘 ~ 다시는 너를 울리지 않을 거야 ~”

박현빈의 히트곡 <곤드레만드레>다. ‘곤드레만드레’는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모양을 의미한다. 휴일인 어제는 매달 있는 회사의 교육일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술도 마시지 못 하고 오후에 교육에 참가했다.

아쉬움에 교육에 들어가기 전 아내에겐 18시까지 우리가 단골로 가는 대흥동의 석갈비 전문점으로 나오라고 했다. 먼저 와 있던 아내는 내가 들어서기 무섭게 귀띔을 했다. “여보, 이집은 아직 소주 값이 5천 원이 아니라 여전히 4천 원이네.”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삼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기 소주 하나랑 석갈비 2인분 주세요~” 고리타분한 얘기겠지만 나와 같은 주당들은 소주 가격에 무척이나 예민하다. 그래서 예전 한 병에 3천 원 하다가 느닷없이 1000원이나 올려서 4천 원을 받을 적에도 여간 분개한 게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식당의 사장님까지를 호출하여 따졌을까. “마트에선 소주 한 병에 고작 100원도 안 올랐거늘 하지만 여기선 왜 천 원씩이나 더 받는 거요?” “그게, 저…….” “이 집은 다시 못 올 곳이군.” 그리곤 실제로 그 식당을 다시는 가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이 같은 주당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푸념은 당연한 함의(含意)를 내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슬그머니 오른 소주 값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살기 힘든 즈음에 스트레스까지 더 쌓이는 때문이다.

올해부터 빈 병의 보증금이 인상되었다. 빈 소주병의 보증금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설상가상 이를 기화로 식당과 주점 등지에선 종전 4천 원이던 소주를 무려 25%나 올려서 5천 원이나 받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의 월급과 내 아이 성적은 그 자리건만 만만한 게 뭐라고 제반의 물가에 더하여 술값마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현실에 진짜 어이가 없는 즈음이다. 굳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국민적 울화가 아니더라도 솔직히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당최 견딜 수 없는 시국이다.

이러한 까닭에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의 가격마저 ‘배신을 때리게’ 만드는 작금 식당 등지의 소주 값 5천 원 시대는 정말이지 빈 병이 아니라 ‘빈병(貧病 = 가난과 질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의 과중한 부과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소주 값의 인상은 서민들로선 정말이지 ‘곤드레만드레’의 가사처럼 “나는 지쳐버렸어.”의 또 다른 부담이다. 아울러 가뜩이나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에 ‘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는 셈법까지를 도출하고 있다.

힘들고 지쳐서 울고 싶은 서민과 술꾼을 그나마 울리지 않을 건 소주 가격 인상의 자제(自制)이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술값을 올리면 그나마 없는 손님은 풍선효과인 양 더욱 감소할 게 뻔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헌오의 시조 풍경-32] 시의 몰골
  2. 고속도로 통행료 20번 넘게 안 낸 차량 37만대…4년 새 두 배
  3.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4. 이서영 충남경찰청장, 귀성길 교통안전 집중 점검
  5. 신문 지면으로 본 60년 전 대전의 한가위 풍경! "급증한 귀성객, 물가 걱정 속에서도 타오른 영화와 온정의 물결"
  1. 몸짓으로 채우는 원도심…대전ART마임페스티벌 10월 16일 개막
  2. 천안시 성거읍 주민자치회, '천흥사지 역사·문화유산 사진전' 개최
  3. 빈집털이 예방부터 절도범 검거까지…대전경찰, 추석 연휴 맞춤형 순찰·신속 대응
  4.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추석 맞이 민생활동… "이웃에게 따듯한 온기를"
  5. "계좌에 '급여' 정보 표시 안할 땐 금리 감면 혜택 못 받는다"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에 일제강점기 금을 수탈한 광산의 존재가 근래에서야 알려진 가운데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또다시 발견됐다. 또 갑천습지 산책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돌을 차곡차곡 쌓아 하단 기초를 다진 흔적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산책로가 일제의 금 광산에서 채석한 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74년까지 관찰되는 광산 입구 26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 그리고 월평공원이 있는 서구 월평동에서 광산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굴 입구 추정지가 새롭게 발견됐다. 갑천을..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내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형사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뒤 필요한 부분을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찰청 역시 폐지되고 대전지검과 대전고검은 각각 대전지방공소청과 대전고등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의 수사 부담과 책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단계에서 사..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어 2027년이면 전 학년에 적용되지만, 국·공립 중학교 세 곳 중 한 곳에는 정보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을 비롯해 강원,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정보교사 배치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64.2%)에 그쳤다. 나머지 951곳(35.8%)은 정보교사 없이 정보 수업을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