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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 ~ 너의 사랑에 향기 속에 빠져버렸어 ~ 가진 것은 없다지만 사랑으로 감싸줄게 ~ 진심어린 마음하나 나는 너를 사랑해 ~ 비 오는 날 흐린 날도 햇살처럼 안아줄게 ~ 너의 흔들리는 사랑을 꽃으로 피워줘 ~ 다시는 너를 울리지 않을 거야 ~”
박현빈의 히트곡 <곤드레만드레>다. ‘곤드레만드레’는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모양을 의미한다. 휴일인 어제는 매달 있는 회사의 교육일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술도 마시지 못 하고 오후에 교육에 참가했다.
아쉬움에 교육에 들어가기 전 아내에겐 18시까지 우리가 단골로 가는 대흥동의 석갈비 전문점으로 나오라고 했다. 먼저 와 있던 아내는 내가 들어서기 무섭게 귀띔을 했다. “여보, 이집은 아직 소주 값이 5천 원이 아니라 여전히 4천 원이네.”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삼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여기 소주 하나랑 석갈비 2인분 주세요~” 고리타분한 얘기겠지만 나와 같은 주당들은 소주 가격에 무척이나 예민하다. 그래서 예전 한 병에 3천 원 하다가 느닷없이 1000원이나 올려서 4천 원을 받을 적에도 여간 분개한 게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식당의 사장님까지를 호출하여 따졌을까. “마트에선 소주 한 병에 고작 100원도 안 올랐거늘 하지만 여기선 왜 천 원씩이나 더 받는 거요?” “그게, 저…….” “이 집은 다시 못 올 곳이군.” 그리곤 실제로 그 식당을 다시는 가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이 같은 주당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푸념은 당연한 함의(含意)를 내재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슬그머니 오른 소주 값으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살기 힘든 즈음에 스트레스까지 더 쌓이는 때문이다.
올해부터 빈 병의 보증금이 인상되었다. 빈 소주병의 보증금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설상가상 이를 기화로 식당과 주점 등지에선 종전 4천 원이던 소주를 무려 25%나 올려서 5천 원이나 받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의 월급과 내 아이 성적은 그 자리건만 만만한 게 뭐라고 제반의 물가에 더하여 술값마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현실에 진짜 어이가 없는 즈음이다. 굳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국민적 울화가 아니더라도 솔직히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당최 견딜 수 없는 시국이다.
이러한 까닭에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의 가격마저 ‘배신을 때리게’ 만드는 작금 식당 등지의 소주 값 5천 원 시대는 정말이지 빈 병이 아니라 ‘빈병(貧病 = 가난과 질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의 과중한 부과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소주 값의 인상은 서민들로선 정말이지 ‘곤드레만드레’의 가사처럼 “나는 지쳐버렸어.”의 또 다른 부담이다. 아울러 가뜩이나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에 ‘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는 셈법까지를 도출하고 있다.
힘들고 지쳐서 울고 싶은 서민과 술꾼을 그나마 울리지 않을 건 소주 가격 인상의 자제(自制)이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술값을 올리면 그나마 없는 손님은 풍선효과인 양 더욱 감소할 게 뻔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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