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9.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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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9. 빛과 그림자

‘목후이관’ 단상

  • 승인 2017-01-19 00:01
  • 홍경석홍경석


“사랑은 나의 행복 사랑은 나의 불행 ~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 ~ 그대 눈동자 태양처럼 빛날 때 ~ 나는 그대의 어두운 그림자 ~”

퇴색하지 않는 카리스마로도 유명한 패티 김의 히트곡 중 하나인 <빛과 그림자>이다. 본명이 김혜자인 그녀는 1938년생이라고 하니 올해 나이가, 아니 ‘연세’가 어느덧 팔순인 셈이다. 과거 전축을 살 적에 가장 먼저 구입한 음반이 바로 그녀의 히트곡이 수록된 것이었다.

<초우>와 <이별>, <가시나무새>와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패티 김은 지난 1959년에 가수 페티 페이지(Patti Page)처럼 노래를 잘하고 싶어 이름을 ‘패티 김’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수생활을 접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듣자면 새삼 그렇게 명불허전의 가수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한화그룹 회장의 28세 막내아들 김동선 씨가 지난 1월 5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술집에서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경찰 순찰차에서도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됐다.

김 씨는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지만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특수폭행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 역시 재벌가의 이른바 ‘갑질 행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 2010년에도 만취한 상태에서 서울 용산의 호텔 주점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집기를 부숴 입건된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1세였을 적이다. 따라서 ‘어린’ 그 나이에 그 같은 경거망동을 저질렀다는 건 분명 제 아버지의 부와 권력까지를 믿고 ‘까분’ 결과이지 싶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와 함께 금메달을 따기도 했단다. 그렇지만 ‘공교롭게’ 구속된 그나, 귀국 즉시 구속이 명확한 정유라나 구속이란 부분에 있어선 도긴개긴이란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이와는 별도로 가수 호란이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로부터 벌금 700만 원에 약식기소되었다는 뉴스가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본명이 최수진인 그녀는 가수와 작가이며 소위 명문대 출신의 재원이다.

그녀가 아침 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당시 이따금 들었으나 음주운전으로 인한 적발이 세 번째로 알려지면서 방송에서도 전격 퇴출되었다. 음주운전은 그만큼 사안이 중차대하다는 걸 쉬 알 수 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음주 후의 운전은 애먼 피해자까지를 순식간에 저승으로 이끄는 ‘죽음의 고속도로’이다. 한데 우리나라의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그야말로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걱정이다.

▲ 2014년 9월 23일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아들 김동선의 말을 쓰다듬고 있다./사진=연합DB
▲ 2014년 9월 23일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아들 김동선의 말을 쓰다듬고 있다./사진=연합DB

이쯤에서 국가별 음주운전자의 처벌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살인자’라는 인식으로 먼저 일본에서는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면 동승자와 술 제공자는 3년 이하의 유기 징역이나 50만 엔의 벌금을 구형받는다고 알려졌다.

캐나다는 운전자가 처음으로 음주운전죄의 판결을 받으면 1년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ㆍIgnition Interlock Device)’를 장착해야 하고, 두 번째 걸리면 3년간 의무 장착, 세 번째 걸리면 평생 IID를 차량에 장착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는 운전자의 현대판 주홍글씨인 셈이다. 미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되면 벌금과 감금의 처벌 외에도 운전자는 병원에 가서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고 피해자들을 돌보고 교통사고 영화를 보는 처벌을 받는단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상습 음주운전자가 같은 실수를 범하지 못하도록 각성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시체안치실을 참관하게도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독일의 음주운전 처벌은 어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최고 처벌은 운전자가 평생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일에서 운전이 금지되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벌가 자제이든 유명 방송인 역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빛’의 위치이다.

그러나 음주 후의 난동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구설수에 오르는 순간 그들의 위치는 순식간에 ‘그림자’로 바뀐다. 자주 지나게 되는 중앙로 지하상가에 모 유명 화장품 매장이 있다. 한데 그 회사의 오너리스크로 인해 여전히 손님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하여 보기에도 스산하기 그지없다.

잘 나가던 화장품 브랜드숍의 그 대표는 해외 원정도박에 이은 거액을 들인 구명로비 의혹 등이 겹치면서 현재도 구속돼 있는 상황이다. 오승근의 히트곡 “(빛의 위치에) 있을 때 잘해”라는 또 다른 가요의 제목이 새삼 예사롭지 않은 까닭으로 부상한다.

목후이관(沐猴而冠)이란 원숭이가 관을 썼다는 뜻으로, 의관은 그럴 듯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사람답지 못하다는 말을 일컫는다. 돈 내고 술을 마시는 건 기분이 좋아(혹은 괴로움 따위에서 일시적이나마 탈출코자)지자고 한 행위다.

그렇지만 음주운전은 그 모든 것까지를 일시에 앗아가는, 어리석은 ‘목후이관’ 단초의 제공이자 비극의 씨앗이다. 우리나라처럼 대리운전 제도가 잘 정립된 국가는 없다고 알고 있다.

때문에 하는 말인데 제 아버지의 부와 권력에 편승하여 비싼 술 먹고 행패를 부린다든가, 유명한 방송인이 음주운전을 하는 경거망동의 추태는 지금껏 누렸던 행복과의 이별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또한 순식간에 빛에서 그림자로 치환되는 확실한 전조(前兆)의 서막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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