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0.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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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0. 친구여

더 추운 대한(大寒)의 까닭

  • 승인 2017-01-20 00:01
  • 홍경석홍경석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히트곡 제조자인 가왕(歌王) 조용필의 <친구여>다. 친구가 많다고 자부하는 터다. 그러나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친구도 친구 나름이다. 처음엔 간과 쓸개까지 빼줄 듯 하다가도 나중엔 돌변하여 뒤통수를 치는 배신의 친구도 없지 않다.

반면 예나 지금 역시 불변한 우정과 배려의 마인드가 금강처럼 넘실대는 참 아름다운 친구들은 꽃보다 곱다. 물론 그러한 친구는 죽마고우에 한정된다는 구속력이 발동하긴 하지만.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한데 그 사장님의 전언이 그만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 글을 쓰는 모티브까지 되었다. “아들을 낳았을 당시 실직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100만 원이 없어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퇴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하는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친구들에게 SOS를 청하는 긴급문자를 보냈단다. 그러나 다들 일언반구조차 없어 새삼 염량세태(炎凉世態)의 차가움을 절감했다고 한다. 한데 10년 이상이나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에게서 110만 원이 입금되었다나!

이에 감동한 그 사장님은 그 진실된 우정에 그만 눈물까지 쏟아졌다고 했다. ‘내 반드시 자네의 고마움에 보답하겠네!!’ 결국 사업가로 성공한 뒤 그 친구를 자사(自社)의 책임자로 영입했다는 것이 그 사장님의 진솔한 친구담(親舊談)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부러우면서도 ‘나는 과연 어떠한가?’에 대한 돌이켜봄의 계기가 되었다. 작년에 저서를 발간한 뒤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빚을 지게 되었다. 설상가상 건강까지 안 좋아서 넉 달 가까이 통원치료를 받느라 빚이 더 증가했다.

결국 직원으로부터 사채까지 썼는데 당장 급한 600만 원을 꾼 죄로 그 이자만 월 12만 씩이나 지불했다. 독촉하는 그것을 해결하고자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신에 이자는 꼬박꼬박 송금할 게.”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했던 그 친구는 하지만 함흥차사의 연속이었다. 그처럼 몇 번이나 기망(期望)하는 나를 우롱하는 친구에게서 극도의 모멸감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친구란 각인의 각오가 마음 속 깊이에 저장되었다. ‘네가 그러고도 과연 친구냐?!’

급기야 아들이 나서서 해결해 주긴 했지만 그 친구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의 아픈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듯 싶다. 용혜원 시인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이라는 시에서 “세상이 아무리 달라지고 변하여 간다 하여도 친구 사이에 필요한 것은 우정과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부귀영화를 누린다 하여도 영혼까지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그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말로만 의리를 부르짖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의리에 합당한 처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장님의 마무리 말씀이 지금도 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준 친구는 조강지처의 반열에 오를 만큼의 막강한 위치를 점유합니다. 저는 그 친구를 평생 같이 가는 동반자로 삼을 겁니다.”

이기주의와 탐욕의 정글에 내던져진 힘없고 가난한 친구는 자신보다 상황이 나은 친구의 도움이 절실하다. 주변에 대곤 호기로운 사람인 양 처신하지만 막상 친구의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하는 그 친구를 보는 내 시선은 여전히 차디찬 엄동설한이 될 것이다.

조용필의 노래는 이어진다. “(진솔한)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 (의리까지 깊은) 그리운 친구여 ~”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란 인디언 격언이 오늘 대한(大寒)의 아침을 더 춥게 만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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