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4. 울긴 왜 울어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34. 울긴 왜 울어

서울대 못지않은 자부심의 까닭

  • 승인 2017-01-24 00:03
  • 홍경석홍경석


평소 구독하는 신문은 아침 일찍 도착한다. 그 신문에서 작년 말 모 기자가 쓴 ‘이러려고 서울대를?’이란 기사를 유심히 읽었다. 기사의 골자는 이랬다.

기자 자신 역시도 ‘한국에서 제일 간판 값을 쳐준다는’ 서울대학교의 문을 나선 지 5년 남짓 됐지만 대학 간판의 위력은 벌써 50년치를 체감한 기분이라고 했다. 기자가 된 덕분에 '최순실 청문회'를 남들보다 반 발자국 가까이서 지켜봤단다.

그렇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면서 커다란 실망감을 느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기를 쓰고 공부한 덕분에 서울대를 나오긴 했으나 “공부 잘한 게 다 무슨 소용인가를 다시 묻게 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는 “학벌? 그거 다 헛 거다.”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 기사의 나흘 뒤엔 같은 신문에서 <서울대 ‘부끄러운 동문상’ 1위 우병우>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 기사의 내용 역시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큰 도둑은 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말이 있겠느냐”는 서울대 졸업생의 인터뷰 내용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딸 역시 서울대 출신이다. 그러나 늘 그렇게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효심 또한 심청의 뺨을 칠 정도로 곱고 착하다. 반면 나는 중학교조차 진학하지 못한 무지렁이다.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불학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우리 아이들도 더 자라면 결혼을 할 텐테…. 또한 손자손녀까지 볼 것인데 그 녀석들이 할아버지는 학교를 어디까지 나왔냐고 물었을 때 나는 과연 어찌 대답할 것인가….’ 깊은 고심 끝에 20년 이상 지속해온 나름의 독학과 독서에 더하여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지천명을 넘긴 소위 ‘꼰대’의 주경야독 힘든 과정이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 했다. 덕분에 졸업식 날엔 학업우수상까지 수상했다. 비록 서울대에 비하자면 조족지혈의 졸업장이자 학력이었지만 나로선 서울대 못지않은 자부심까지를 흠뻑 안겨준 영광의 모두였다.

여세를 몰아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지난 2015년 12월엔 생애 첫 저서까지 발간했다. 기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수의 월간 언론사에서는 내게 취재본부장 자리를 주었다. 지역의 또 다른 시사월간지 회사에선 객원 논설위원까지 하고 있다.

한데 이 모든 게 실은 ‘내 일을 사랑하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본업이 경비원이다. 하지만 최저생활비도 안 되는 저 급여인 까닭에 투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글은 좀 쓸 줄 아는 재주가 있어 술값 이상은 매달 벌 수 있다.

박봉의 경비원이라도 3년 뒤엔 나도 ‘정년퇴직’이란 함정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그 전에 안정된 직장을 구해두는 게 관건이다. 지금이야 ‘객원’ 논설위원의 신분이지만 그 객원을 뗀 ‘정식’ 논설위원이 되는 게 나의 바람이자 꿈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아니 필시 초졸 학력 출신의 언론사 논설위원이란 첫 기록까지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始)은 세상의 수많은 단어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그 길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충분히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고까짓 것 사랑 때문에 ~ 빗속을 거닐며 추억일랑 씻어버리고 한잔 술로 잊어버려요 ~ 어차피 인생이란 이별이 아니더냐 ~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바보처럼 울긴 왜 울어 ~ ” 나훈아의 노래 <울긴 왜 울어>의 1절 가사이다.

너무나 하고팠던 게 바로 공부였다. 현실은 그러나 너무나 냉갈령하고 비참했다. 때문에 중학교는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 했다. 그렇지만 “학벌? 그거 다 헛 거다.”라고 했던 모 기자의 냉소처럼 번드르르한 학력보다는 실력을 내공으로 길렀다.

남자가 울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 더군다나 이순이 가까운 중늙은이가 운다손 치면 더 궁상맞다. 학력보다 실력이 중시되는 사회가 정립되길 소망한다. ]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헌오의 시조 풍경-32] 시의 몰골
  2. 고속도로 통행료 20번 넘게 안 낸 차량 37만대…4년 새 두 배
  3.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4. 이서영 충남경찰청장, 귀성길 교통안전 집중 점검
  5. 신문 지면으로 본 60년 전 대전의 한가위 풍경! "급증한 귀성객, 물가 걱정 속에서도 타오른 영화와 온정의 물결"
  1. 몸짓으로 채우는 원도심…대전ART마임페스티벌 10월 16일 개막
  2. 천안시 성거읍 주민자치회, '천흥사지 역사·문화유산 사진전' 개최
  3. 빈집털이 예방부터 절도범 검거까지…대전경찰, 추석 연휴 맞춤형 순찰·신속 대응
  4.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추석 맞이 민생활동… "이웃에게 따듯한 온기를"
  5. "계좌에 '급여' 정보 표시 안할 땐 금리 감면 혜택 못 받는다"

헤드라인 뉴스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에 일제강점기 금을 수탈한 광산의 존재가 근래에서야 알려진 가운데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가 또다시 발견됐다. 또 갑천습지 산책로가 유실된 지점에서 돌을 차곡차곡 쌓아 하단 기초를 다진 흔적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산책로가 일제의 금 광산에서 채석한 돌을 운반하는 목적으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74년까지 관찰되는 광산 입구 26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갑천습지와 도솔산 그리고 월평공원이 있는 서구 월평동에서 광산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굴 입구 추정지가 새롭게 발견됐다. 갑천을..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내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형사사법 체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검토한 뒤 필요한 부분을 직접 추가 수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검찰청 역시 폐지되고 대전지검과 대전고검은 각각 대전지방공소청과 대전고등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의 수사 부담과 책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를 맡은 경찰 단계에서 사..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대전 국공립 중학교 내 정보교사 배치 10곳 중 4곳 불과

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두 배로 늘어 2027년이면 전 학년에 적용되지만, 국·공립 중학교 세 곳 중 한 곳에는 정보교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을 비롯해 강원,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는 정보교사 배치율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1일 기준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정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06곳(64.2%)에 그쳤다. 나머지 951곳(35.8%)은 정보교사 없이 정보 수업을 운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 귀성객 맞이 서대전역 방역 ‘꼼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