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36. 아침에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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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36. 아침에 당신

어떤 극락론(極樂論)

  • 승인 2017-01-26 00:03
  • 홍경석홍경석


“잠에서 깨어나 미소 짓는 당신을 보면 그저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요 ~ 딸그락거리는 소리 당신 작은 콧노래 소리 ~ 반쯤 열린 커텐 사이 햇살처럼 당신은 그런 여자요 ~ 사랑은 가끔씩 구름 속에 가리고 인생은 가다가 비바람을 만나도 ~ 변함없는 우리의 사랑 지켜가면서 당신의 눈물을 씻어주는 그런 남자로 살겠소 ~”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이며 가수 활동까지 병행하는 참 ‘부지런한’ 연예인 임채무의 히트곡 <아침에 당신>이다. 야근은 퍽이나 힘들다. 건강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잠을 맘껏 못 자니 하는 수 없는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일전 우리 집을 찾았던 처제는 아내에게 이런 얘기까지를 하였다고 할까. “언니~ 오랜만에 뵙긴 했지만 아무튼 형부가 너무 늙어 보이더라. 언니가 좀 더 잘 해드려.”

“나같이 잘하는 마누라가 세상에 어딨니? ‘술 박사(평소 두주불사인 나의 또 다른 별명)’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침대의 온도를 맞춰놓는가 하면 식사까지 칼처럼 대령하는 건 기본이고…….” 아내의 말이 맞다. 하늘은 어느 한쪽으로만 편향(偏向)되게끔 불공평하지 않다.

따라서 나처럼 가난한 자에겐 고운 아내와 착한 자식의 복까지 줬다. 이러한 까닭에 야근을 하면서 가장 기다리는 건 뭐니뭐니해도 퇴근하여 아내와 상봉(?)하는 것이다. 동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춥고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더욱이 폭설이 쏟아져서 이를 치우고 퇴근해야 하는 새벽의 까부라진 심신은 어서 빨리 귀가하여 따스한 침대에 눕고만 갈망을 더욱 충동질한다. 하지만 아내가 마냥 그렇게 반갑고 고맙기만 한 대상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인 까닭에 가장이 돈을 제대로 벌지 못 하면 아내 역시 미간과 마음이 동시에 뺑덕어멈의 도랑처럼 좁아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아내는 <삼국지>에 나오는 여몽(呂蒙)처럼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인물로 각인되기도 한다.

오나라의 명장이었던 여몽은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 외에도 촉나라의 장수였던 관우(關羽)의 목을 친 인물로도 유명하다. ‘괄목상대’는 눈을 비비고 상대편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는 뜻으로, 타인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랍게 향상되었다는 의미다.

여몽은 공을 세워 장수가 되었으나 학문이 부족하여 무식했다. 그는 학문을 공부하라는 손권의 충고를 좇아 전쟁터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글을 읽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학식이 뛰어난 노숙이 여몽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몽이 예전과 달리 매우 박식해졌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에 여몽은 “선비는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회자되었다고 하니 사람은 좌우간 뭐든 열심히 배우고 볼 일이다.

그렇긴 하지만 삼국지의 또 다른 영웅이었던 관우를 죽인 까닭에 지금도 그는 중국인들로부터는 흠모와 배척의 대상이라고 한다. 아무튼 ‘아침에 당신’ 가사처럼 평소 고삭부리인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 건강처럼 소중한 건 다시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울러 아내가 주방에서 어떤 음식을 만들고자 딸그락거리는 소리는 삶의 환희와도 같다는 느낌이다. 여기에 아내의 작은 콧노래까지 곁들여진다면 이는 바로 확적한 금상첨화다. 하나 이러한 ‘음악’을 듣자면 경제적으로 풍요친 않아도 최소한 남에게 손을 벌리는 수준만큼은 피하고 볼 일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요~”라고 큰소리까지 칠 수 있으리라. 계란이 ‘금란’이 된 데 이어 각종의 채소와 생선 등 농축수산물의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아 주부들의 손이 떨리는 즈음이다.

설날이 낼모레인데 올 설 차례상은 과연 어찌 차려야 할지 걱정이다. 어쨌거나 “보잘것없는 재산보다 작은 소망을 가지는 것이 더 훌륭하다. 재산을 너무 욕심내지 말자. 재산보다는 희망을 욕심내자. 어떤 일이 있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고 한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한 말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아침에 당신’ 노래처럼 나만 바라보는 참 고마운 햇살처럼 고운 아내에게 앞으로도 변함없는 우리의 사랑을 지켜가면서 열심히 사는 남편이 되리라 거듭 다짐해본다. 아침에 만나는 아내가 방글방글 웃기만 한다면 그게 바로 극락(極樂)일 테니.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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