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톡] 열두살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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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톡] 열두살 샘

도완석교수의 행복한 영화이야기-2

  • 승인 2017-01-27 12:18
  • 도완석 평론가도완석 평론가

참 대단한 영화 한 편을 행복한 영화이야기 두 번째 작품으로 소개한다.

“열두살 샘”이라는 영화이다.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7번 출품에 13번의 수상, 그리고 8번씩이나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신화와 같은 작품이다.

원제목은 “Way to live forever" 우리 말로 번역하면 ”영원히 살 수있는 길“인데 아마도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이유로 한국 영화기획자들이 제목을 바꾼 듯 싶다. 이 영화는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왔던 주제로 백혈병에 걸린 시한부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세계영화제가 주목하고 그 작품성에 열광하여 최우수 작품상을 수여하게 된 대는 그만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분명 한 소년의 죽음이라는 이유로서 눈물과 아픔 이별의 고통 등이 전제 되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시종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웃음을 주고 삶의 의미와 공감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일인칭 나레이션으로 낭독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더욱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데 시한부인생이기 때문에 적실 수 있는 눈물이 아닌 모든 인생에게 반드시 나타나게 되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부여를 하는가 하는 이유로서 인생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리고 모든 영화가 끝이나고 한참동안을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로서 생각을 연장하게 한 후에 문득 소년의 죽음을 생각하며 뒤늦게 눈물이 솟구치게 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인 것 같다.

이야기의 구성 또한 독특한 연출솜씨가 엿보인다. 이미 치료를 중단하여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소년에게는 정답이 없는 7가지의 질문으로서 자신의 시한부적인 삶을 가치있게 데코레이션한다. 이것이 이영화의 줄거리이다.


첫 번째 정답없는 질문은 사람은 왜죽어야 하는가? 이다. 그러면서 분명한 자신의 존재를 다섯까지로 설명한다. 내 이름은 샘이고 나는 12살이며 나는 신기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며 나는 백혈병 환자로서 언젠가 누군가 내가 쓴 일기를 보게될 때에는 나는 이미 죽어있는 사람일꺼라는 것이다.

열두살 소년 샘은 모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기적이라는 실마리의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샘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해야할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 있지않고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참 기특한 소년이다.

그가 이러한 자기 생각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윌리스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이다. 샘은 병원에서 만난 또 다른 백혈병 환자 펠릭스와 함께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한다. 윌리스 선생님은 영원히 사는 방법을 말해보라고 수업중 두아이에게 질문을 한다. 펠릭스는 뱀파이어가 되면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샘은 냉동인간으로 잠자다가 과학의 발달로 영원히 죽지않는 기술을 발명할 때 냉동해제하면 살 수가 있을 거라고 대답한다. 비록 삶의 기적을 바라지는 않지만 본능적인 삶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소년임을 말해주고 있어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다.

이 때 윌리스 선생님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설명으로 일기나 비디오를 찍을 것을 권면한다. 이로서 샘은 일기와 비디오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씩 이루어나가기 시작한다. 

연이어 샘은 정답없는 물음으로 삶에 도전하고 연구를 시도하며 마치 옴니버스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데 샘의 정답없는 나머지 6가지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두 번 째 질문- 하나님은 왜 어린아이인 자신에게 죽음의 아픔을 경험하게 하시는 걸까? 세 번째-자신은 살아있는데 남들이 죽었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네 번째-죽는다는 것은 아픈 것일까? 다섯 번째-죽음은 어떤 모양이며 어떤 느낌일까? 여섯째-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가? 마지막 일곱 번 째 질문은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걸까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묵시적으로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고는 했지만 분명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상황으로 반전해서 샘과 펠릭스는 죽기전에 하고 싶은일 다섯가지를 기록하고는 마치 성장드라마와 같은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샘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참 단순하고 소박했다. 첫째 과학자가 되어 논문을 발표하고 싶다, 둘째 성인들이 보는 공포영화를 보고싶다. 셋째 에스컬레이트를 거꾸로 타고 올라가 보기 넷째 비행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보기 다섯째 10대 소년으로서 술과 담배를 멋지게 피워보고 예쁜소녀와 키스해보기이다. 샘의 이러한 소원은 친구 펠릭스에 의해 시도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순진한 웃음속에 친구 펠릭스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 샘은 울어서는 안된다고 다짐을 하면서 창문에다 This is not fair(너무 불공평해!)라고 써놓고는 펠릭스가 부탁한 대로 펠릭스의 시신에 다가가서 펠릭스의 안경을 씌워준다. 그들은 죽음은 삶의 연장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을 계속 관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의연한 샘을 통해 샘의 아빠와 엄마는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교회성가대에 열심을 다한다. 물론 영화 중간 중간에 아들의 죽어가는 모습과 고통에 아파하는 엄마의 눈물이 우리로 하여금 울컥 눈물을 쏟아내게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감독은 앞서 밝힌 바처럼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길이가 있지만 죽음은 필연적으로 오는 것이고 그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임을 강조해주고 있다.

샘역할을 맡은 팔로마 아퀴에라스는 이미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아역으로 출연한 전문아역배우이고 펠릭스역을 맡은 토미 헤어역시 영국의 아역전문배우이다. 이들이 성인들도 하기 힘든 삶과 죽음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도 힘든 컨셉이겠지만 많은 영화출연 경험을 통해서인지 아주 노련하고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어 관객들은 실제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한 감정을 가지게한다.

펠릭스의 장례식 중 샘은 ”이 모든 가식적인 예배순서가 내겐 무슨의미인지 모르겠어!“ 라고 외치면서 교회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리고 하나님께 정답없는 7가지의 질문을 소리쳐 묻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런 대답을 해주시지 않는다. 바로 이 때 펠릭스의 사촌여동생인 아름다운 소녀 케일러가 다가와서 샘의 소원처럼 키스를 해준다. 그것은 하나님이 너를 이렇게 사랑해주신다는 암시적인 은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 샘은 우는 아빠에게 이렇게 속삭여준다. “난 준비됐어 아빠 울지마세요”라고……. 이 영화의 제목처럼 ‘영원히 사는 길은 무엇일까?’ 모든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더불어 심오한 질문을 던져주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도완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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