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46.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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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46. 떡국

추워야 봄도 온다

  • 승인 2017-02-10 00:01
  • 홍경석홍경석


“어렸을 땐 때때옷에 떡국 맛이 그렇게도 맛이 있고 좋았지만 ~ 나이 들어 떡국 맛은 그렇지 않네 ~ 한 살 먹는 서러움의 생각에선가 씹을수록 먹을수록 눈물만 나는데 ~ 뒤적이는 떡국물에 가슴만 아파라 ~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 떡국 떡국 또 한 그릇 먹어야 하나 ~”

작곡가로 유명했던 이봉조(李鳳祚)가 불렀던 노래 <떡국>이다. 현미(玄美)와 정훈희(鄭薰姬) 에 이어 뮤지컬 배우 출신의 윤복희(尹福姬)를 훈련시켜 가수로써 재발탁한 그는 현미의 히트곡인 ‘밤안개’ 와 ‘맨발의 청춘’, ‘떠날 때는 말없이’ 등을 작곡하여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지난 1972년에 취입한 곡이 ‘떡국’인데 따라서 이 노래는 벌써 45년이나 된 셈이다. 설날을 맞아 차례를 지낸 뒤 떡국을 먹었다. 자연스레 나이도 한 살을 덩달아 먹었다. 설 전에 집에 온 아들은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 싫어서 사양했다. 또한 그러자면 최소한 사나흘은 필요한데 경비원의 처지에서 그처럼 오래 쉴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대신 아빠가 환갑을 맞으면 그때 크루즈 여행을 시켜다오.”

일월무사조(日月無私照)는 해와 달은 모든 사물을 공평하게 비춘다는 뜻으로, 공평함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세월은 그런 아량조차 없이 매정하고 또한 비정하다. 따라서 설을 맞으면 누구라도 “나이 한 살 추가요~”라는 반갑지 않은 선물이 부여된다.

설날이라곤 해도 야근인지라 오후엔 또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설 연휴인지라 출입자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평일보다 시간이 더디 가는 건 물론이다. 때문에 책을 한 권 준비하여 나가는 것이 실속 있다.

그럼 시간이 잘 가고 머릿속에 남는 것도 있기에 유익하며 파적(破寂)에도 그만이다.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에 재수가 좋으면 쉴 수 있다. 그러나 올해처럼 재수가 없으면 그마저도 ‘깜깜’이다. 따라서 우린 이를 ‘복불복(福不福)의 저주’라고 부른다.

복불복은 복분(福分)의 좋고 좋지 않음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이다. 아무튼 설날에도 쉬면서 차례까지 지낸 뒤 자녀들로부터 세배까지 받는 경비원은 이 복불복의 어떤 수혜자(受惠者)라는 생각이다.

‘떡국’ 가요에서 이봉조는 어렸을 땐 떡국 맛이 그렇게도 맛이 있고 좋았지만 나이 들어 먹는 떡국의 맛은 그렇지 않다며 푸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책 없이(?) 한 살 더 먹는 서러움에 그만 떡국을 씹을수록 눈물만 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세금 안 붙는다고 쓸데없이 나이만 먹은 건 나 또한 마찬가지니까. 그렇긴 하더라도 나잇살이나 먹은 이가 떡국을 먹으면서 꺽꺽거린다는 건 모양 빠지는 일이다. 고로 나보다 못한 처지에 놓인 동료를 생각하면서 그나마 나는 낫다는 긍정 마인드를 지니고자 노력했다.

예컨대 설날 당일에 주간근무를 하는 동료는 꼭두새벽부터 출근한 까닭에 차례는 물론이요 떡국조차 챙겨먹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때문이었다. 올 설날은 날씨가 덜 추워서 귀향하는 사람들도 덜 고생했을 것이다.

삭풍까지 휘몰아치며 몹시 추웠더라도 막강한 귀성 길을 어찌 막을 수 있었으랴마는. 그렇긴 하더라도 추워야 봄도 오는 법이다. 매화는 추운 겨울의 고통을 겪어야 맑은 향기를 내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어야 기개가 나타난다(한고청향 간난현기 = 寒苦淸香 艱難顯氣)고도 했지 않았던가.

설날에도 주간근무를 하고 있는 동료에게 교대를 하면서는 집에서 가져간 사과와 배를 건넸다. “오늘은 더 수고 많았지? 이거 먹고 힘내!”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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