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48. 제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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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48. 제비처럼

봄은 이미 오고 있는데

  • 승인 2017-02-12 00:01
  • 홍경석홍경석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래 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있네 ~ ”

윤승희의 가요 <제비처럼>이다. 제비는 참새목 제비과의 조류다. 과거엔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언제부턴가 귀한 신분이 되었는지 당최 보기가 힘들다. ‘물찬제비’는 몸매가 날씬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비유로 한 말이다.

제비가 물 위를 날다가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물을 발로 힘껏 뒤로 젖히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사람의 모양새에 비유해서 붙인 것이다. 제비는 이밖에도 ‘의리를 아는’ 조류(鳥類)의 으뜸으로 친다.

이는 다친 제비의 다리를 정성껏 치료해 준 흥부 내외에게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행운의 박씨를 물어다 준 때문이다. 덕분에 흥부는 부자가 된 반면, 동생인 흥부의 행운에 심통이 난 놀부는 똑같이 하다가 결국에는 쪽박을 차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흥부전>을 읽는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한다. ‘제비는 작아도 강남을 간다’는 속담이 있는데 모양은 비록 작아도 할 일은 다 한다는 뜻이다.

‘제비와 기러기의 탄식이다’라는 속담 역시 허투루 볼 수 없는데 이 또한 서로 만나야 할 사람이 만나지 못해서 애처롭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설에 딸과 사위가 집을 찾았다.

집에 들어설 때나 떠날 때 역시도 다정스레 손을 잡고 오가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고 고맙던지...... 그 모습을 보자니 문득 또 아직도 미혼이며 애인의 정체마저 오리무중인 아들이 생선의 가시인 양 마음에 걸렸다.

칠흑 같은 어둠도 촛불 하나로 밝힐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속은 그 수천 배로도 밝히기 어렵다. 하지만 막상 사랑의 감정에 눈을 돌리면 이는 순식간에 반전된다. 즉 사랑하는 연인이 발견되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 또한 훈훈한 모닥불로 치환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그 사람은 전신의 피가 뜨겁게 용솟음치며 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는 넉넉함으로 전환되는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은 법이다. 따라서 아들에게 “넌 언제 결혼할 거니?” 따위의 고루한 얘기는 벌써 용도 폐기했다.

그렇긴 하지만 ‘영리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는 또 다른 속담처럼 물찬제비와 같은 빙기옥골(氷肌玉骨)의 아리따운 처자가 아들의 손을 잡고 집에 오는 것을 보는 게 우리부부의 바람임은 여전하다.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는지 입때껏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며느릿감이 야속하다. 꽃피는 봄은 이미 저만치서 오고 있는데.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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