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51.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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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51.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개근상의 의미 고찰

  • 승인 2017-02-14 00:01
  • 홍경석홍경석


“세상에 내가 태어나 살았던 날들 후회도 많지만 ~ 가라는 대로 흐르는 대로 잘 살았다 변명만 할까요 ~ 속절없이 지나간 내 청춘 고개 숙여 울었던 세월들 ~ 손을 먼저 내밀어봐 자존심을 버리고 ~ 세상은 만만치 않아 거울은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 ”

박진석이 부른 의미심장한 가요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이다. 맞다. 우리가 만날 들여다보는 거울은 결코 먼저 웃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먼저 웃어야만 비로소 거울도 따라서 웃는 법이다. 전국의 각 학교마다 졸업식이 한창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개근상을 받는 학생이 많지 않다고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와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적엔 개근상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거늘.

이러한 현상이 빚어진 건 시류의 변화 탓도 있겠지만 예전엔 학부모들이 자녀가 아무리 아파도 학교는 가야지 라는 생각을 공유했지만 현재는 자녀가 조금만 아파도 병원 진단서를 내고 결석이나 조퇴를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또한 병(의)원의 진단서를 제출하면 결석을 해도 내신 점수가 깎이지 않는가 하면 고등학교의 출결 사항이 대입의 당락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도 개근상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개근상(皆勤賞)은 학교나 직장 따위에 일정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거나 출근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세월이 바뀌어 개근상은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란 식으로 변질(?) 되었다지만 이를 직장생활에 대입(代入)하자면 문제는 근원적으로 달라진다.

예컨대 어떤 직장인이 툭하면 지각을 하거나 심지어 결석까지 잦다고 하면 어느 직장에서 그를 좋아할까! 실제로 과거 내가 사업소장이던 시절, 상습적으로 결근하는 직원을 몇이나 본보기와 읍참마속(泣斬馬謖) 차원에서 해고한 바도 있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속어가 있다. 이는 힘든 군대생활도 견디면 세월이 흘러 전역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또박또박 나오는 급여와 상여금이 철저히 배제된, 오로지 자신이 발생시킨 매출액에 따른 수당만이 수입원이었던 영업사원들을 관리하였기에 그 같은 강공책을 도모하지 않고선 도무지 직원관리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아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딸 또한 고등학교 졸업식 날엔 개근상까지 받았다. 개근상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건 나름 곡절이 있어서다. 내 나이가 지천명으로 올라섰던 지난 2008년에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 들어갔다.

첫 모임에 나가보니 내 나이가 가장 많았다. 주경야독의 힘든 공부였지만 월 2회의 오프라인 수업 때 역시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덕분에 2010년 12월29일의 졸업식 때는 졸업장 외 모범상이란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실재하여 화제가 되었다. 지난 2월 8일 치러진 서산 부석중학교의 제62회 졸업식에서는 만학도의 꿈을 이룬 85세 김복환 어르신 학생의 특별한 졸업생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85세 김복환 어르신, 개근 졸업장 받아=>기사 보기



김복환 어르신의 졸업식이 더욱 빛난 것은 재학 내내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으며 성실한 학교생활의 결과로 개근상까지 수상하신 때문이었다. 또한 김복환 어르신께서 결석하지 않게끔 부석중학교에서 무상으로 택시를 통해 등하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부분에선 더욱 감탄을 금치 못 했다.

‘부모 복은 만복의 근원’이라고 했다. 또한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부모를 잘 만난 복일 터다. 하지만 개근하는 열정은 스스로 만복을 개척하는 단초일 수 있다. 개근상은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처럼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어떤 저울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개근상은 어쩌면 ‘즐기는 게임’의 장르다. 학교든 직장이든 또한 취미에 있어서도 개근처럼 즐긴다손 치면 노래의 가사처럼 ‘속절없이 지나간 내 청춘’과 그로 인해 ‘바보처럼 울었던 빈 가슴’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은, 절대로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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