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59. 왜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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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59. 왜왜왜

원(員)과 장(長)의 차이라지만

  • 승인 2017-02-25 00:02
  • 홍경석홍경석


"왜왜왜 우는 거야 현실이 모두 그래 ~ 누구라도 소용없어 거짓이 너무 판쳐 말도 도 안 돼 ~ 누구는 소주 먹고 누구는 양주 먹고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 사랑과 진실은 실종된 지 너무 오래야 ~ 왜 왜 왜 왜 그럴까 말도 도 안 돼 ~"

가수 박일준이 부른 <왜왜왜> 라는 가요이다. ‘왜’는 ‘무슨 까닭으로’와 ‘또는 어째서’라는 뜻을 지닌 부사이다. 따라서 이 왜가 세 번이나 붙은 것은 그 의문의 성(城)이 몹시도 견고하다는 방증이다.

지난 2월 6일 충남 아산시 영인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던 조모 씨가 동맥경화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곤 마음이 쓰라져 혼났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 씨는 매주 일요일, 그러니까 정식 근무일이 아닌데도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하기 위해 ‘무료 노동’을 해야 했다고 한다. 조씨는 3년을 계약직, 13년을 정규직 집배원으로 일했는데 추측하기로도 고인은 과로가 사인이지 싶었다.

고인의 가족은 모두 교회 사택에 살았지만 조 씨는 출퇴근이 힘들어 주말에만 머물렀고 평일에는 우체국 근처의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는 그만큼 업무의 부담감이 컸다는 셈법이 통용된다 하겠다.

평소 우리 집은 내가 책을 다수 보는 외에도 정기간행물까지 많이 도착하는 까닭에 담당 집배원 아저씨의 발길이 잦다. 어떤 때는 일요일에도 우편물이 도착해 있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이는 그만큼 집배원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체국에서는 그동안 인력 충원이 거의 없는 걸로 밝혀졌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우편물량이 줄어든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집배원들의 과로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번엔 조 씨와는 전혀 다른 케이스를 조명해 보겠다. 전체 원생 수가 1500명을 넘어 ‘유치원 왕국’ 설립자로까지 불렸다는 경기도의 한 유치원장은 벤츠와 BMW 등 외제차를 3대나 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2년 반 동안 무려 39억 원이나 빼돌렸다고 하여 벌려진 입이 쉬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에 써야 할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빼돌려 사적으로 마구 유용한 이들은 그렇다면 세금도둑에 다름 아닌, 후안무치한 무늬만의 ‘교육자’가 아니겠는가!

이 같이 믿기지 않는 도덕적 해이의 어린이 시설 운영자들은 이밖에도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이 땅의 엄마들은 분노에 더하여 절망까지 하고 있다. 정부 관계 당국은 대체 뭘 하기에 이런 독버섯들을 소탕하지 못 하는 것인가?

고로 또 다른 유치원장의 경우처럼 250만원 상당의 루이비통 가방과 두 아들 등록금, 83차례의 경조사비 등 11억여 원을 유용했다는 뉴스까지를 톺아보자면 “왜왜왜?”라는 질문을 다시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전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5만1400곳으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만 연간 4조원이 지원된다고 하는데 고작 95곳의 샘플 조사 결과가 이 정도라니 정말이지 줄줄 새는 국민세금이 아닐 수 없다.

집배원 조 씨의 경우는 어찌 보면 가요 <왜왜왜>에서 비유한 ‘소주 먹는’ 서민이었다. 하지만 평소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에 마음 편히 소주 한 잔이라도 마실 수 있었을까 라는 건 당연한 의문으로 남는다.

반면 부도덕한 일부 유치원장들은 ‘양주 먹는 귀족’이란 이분법이 생성된다. 따라서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라는 의문이 방점으로 찍히는 건 당연하다.

“한국은 혹독한 경쟁사회다. 대입전쟁, 취업난, 노후불안, 높은 자살률의 사회…” 전 주한 일본대사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가 한 말이다. 맞는 얘기이되 이를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약간 경도되어 보이는 구석이 없지 않다.

즉 한국은 원(員)과 장(長)의 차이까지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주장이다. 집배원(員)은 일요일에도 일을 하다가 과로사로 죽는 반면 원장(長)은 주인 없는 돈이라며 외국에까지 나가 흥청망청 탕진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란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과중한 업무와 가난이라는 함정에서 허우적거리는 원(員)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엔 임자 없는 돈이라며 마구 퍼내다 써댔다는 장(長)이 여전하니 이를 어찌 ‘헬조선’이라 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웃기는 얘기다. 서민과 원(員)에게 있어선 그거 다 쓸데없는 소리다. 또한 <왜왜왜> 가요처럼 빈(貧)과 부(富)의 현실이 불공평하다며 울어봤자 소용없다. 사랑과 진실은 실종되고 거짓이 너무 판치는 세상이다.

쓰디쓴 소주는 논외로 치더라도 제발 성실하고 착한 서민과 원(員)들도 다들 잘 사는 나라는 과연 언제가 돼야 가능할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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