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61. 똑똑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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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61. 똑똑한 여자

당연지사의 연유

  • 승인 2017-02-28 00:02
  • 홍경석홍경석


“똑똑한 여자 똑똑한 여자 당신은 똑똑한 여자 ~ 당신은 똑똑한 여자 내 사랑 똑똑한 여자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매력이 넘쳐흘러요~” 박진도가 부른 가요 <똑똑한 여자>이다.

사리에 밝고 총명하다는 뜻을 지닌 ‘똑똑하다’에 더하여 매력(魅力)까지 넘친다니 이쯤 되면 금상첨화의 처자(處子)일 터다. 어제는 쉬는 날이었기에 점심에 아내와 수산물 전문식당에 갔다. 명태조림은 왠지 딱딱한 식감일 듯 싶어 도루묵 매운탕을 주문했다.

하지만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그 맛이 별로여서 실망감이 컸다.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이 피난을 가다가 ‘묵’이라는 생선을 먹어 보고는 맛이 좋다며 ‘은어’라는 이름을 지어 줬단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온 뒤에 다시 먹어 봤더니 맛이 너무 없어서 “도로 묵이라고 해라”며 일갈(一喝)했다던가. 아무튼 점심을 먹으면서 아내와 나눈 대화 중 상당부분은 우리 아들, 더불어 아내 친구 아들의 결혼관이었다.

두 집의 아들들이 모두 미혼인 까닭이었음은 물론이다. “좋은 말도 세 번이랬다고 앞으론 아들이 집에 오더라도 절대로 결혼 얘긴 꺼내지도 말아.”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아내는 “어쨌거나 똑똑한 여자가 우리 집의 며느리로 온다면 오죽이나 좋을까!”라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위풍당당(威風堂堂)을 넘어선 ‘여풍당당(女風堂堂)’이 그예 육군사관학교 사상 처음으로 졸업성적 1∼3등을 모두 여생도가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4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 73기 졸업식에서 각각 졸업성적 1, 2, 3등을 차지한 이은애, 김미소, 이효진 생도가 모두 이 ‘똑똑한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2월은 졸업시즌이다. 사랑하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건 지난 2005년 2월 5일이다. 그날 딸은 똑똑한 여자답게 무려 일곱 개의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졸업식을 마친 뒤 점심식사를 하는데 여전히 고무적 상기감에 아내는 특유의 ‘밭(田) 논리’를 설파했다.

“우리 딸이 똑똑한 건 씨앗(籽)이 좋아서라는 당신의 주장과 달리 밭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지는 게 때론 이기는 것도 되는 것임에 맞는 말이라며 동의해 주었지만 쓴웃음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예사롭지 않은 즈음이다.

어제 찾은 식당은 글을 써서 받은 식사권 덕분이었다. 따라서 매달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급여로 받고 있는 직업인 필자의 생활고는 여유 있는 외식조차 사치로 몰아가고 있다. 때문에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건 대선주자가 눈에 띄는 건 당연지사다.


어쨌거나 똑똑한 딸 덕분에 마찬가지로 똑똑한 사위도 얻을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 부식된 까닭에 과거처럼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매력이 넘쳐흐르는 아내는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아내를 만났기에 비로소 사랑을 알았고 또한 미래의 행복이라는 꿈을 꾸면서 살아올 수 있었기에 아내가 참 고맙다.

내게 있어 아내는 여전히 업어주고 안아주고, 또한 사랑하고픈 참 똑똑한 여자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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