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63. 종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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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63. 종이학

아픈 가슴에 맺히는 별

  • 승인 2017-03-02 00:01
  • 홍경석홍경석


“나 너를 알고 사랑을 알고 종이학 슬픈 꿈을 알게 되었네 ~ 어느 날 나의 손에 주었던 키 작은 종이학 한 마리 ~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 나에게 전해주며 울먹이던 너 ~ 못다 했던 우리들의 사랑노래가 외로운 이 밤도 저 하늘 별 되어 아픈 내 가슴에 맺힌다 ~ ”

전영록이 부른 가요 <종이학>이다. 종이로 학을 천 번 만들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한데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만사 제쳐두고 지금 당장 종이를 가위로 오려서 학부터 만들고 볼 터이다.

‘두루미’로도 불리는 학(鶴)은 예부터 평화와 장수, 행복과 행운 외에도 부부애와 정절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이 부부의 지고지순한 일편단심 사랑만으로 산다는 방증의 표현이지 싶다.

또한 학은 천 년이 지나면 푸른색의 청학이 되고, 다시 천 년이 지나면 검은 색의 현학이 되는 불사조로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학이 사는 곳을 ‘청학동’이라고 신성시 하였다는 말도 있다.

학은 일생동안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새이며 한 번 짝을 맺은 배우자와 평생을 지낸다고 하니 이혼을 밥 먹듯 하는 현대인들에게도 분명 귀감이 되는 새로 보아진다. 지난 일요일에도 출근하여 근무를 하는데 일전 찾아왔던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직장을 잃은 뒤 백방으로 알아보고는 있으되 취업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라며 “혹시 담배 태우시면 한 대만 주실래요?”라고 했다. 그래서 회사 건물 밖으로 나가 그에게도 주고 나 또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요즘은 살기가 힘들어서 담배도 끊을 생각인데 맘대로 안 되네요.”

그의 푸념에 나도 맞장구를 쳤다. “뉴스에도 나오지만 요즘 장사하는 사람 치고 된다는 사람 있습디까?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불황의 먹구름이죠. 고작 잘 팔린다는 건 담배와 술, 그리고 복권밖에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는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다는 방증이죠. 그나저나 나이도 오십이 다 돼 간다는 분이 여태 장가도 못 갔다니 부모님 심정은 오죽하시겠어요?”

이는 그가 일전 찾아왔을 때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누군가 말하길 결혼은 하나님의 신비로운 선물이라고 했다죠? 하지만 정작 제가 여태 결혼을 못한 건 어쩜 다행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비루하게 살 바에야 차라리 결혼 안 하길 잘 했지요…….”

그 말엔 딱히 대답할 게 없기에 묵묵부답한 채 시름을 연기에 태워 허공에 내뿜기만 했다. 담배를 얼추 태운 그는 교회에 간다고 했다. “교회 다니는 분이 흡연을 해요?”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러겠어요.” “……!”

▲ 사진출처=egloos.zum.com/evilbed
▲ 사진출처=egloos.zum.com/evilbed

종교는 생명의 양식이라고 했다지만 초라한 현실까지 이겨내는 도구는 아니지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를 배웅했다. 그러면서 새삼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잘한 건 과연 무엇이 있을까를 떠올려봤다. 그 답은 금세 도출되었다.

그건 바로 아내와의 결혼이었다. 아내를 만나 살아온 지 올해로 어언 36년이며 연애기간까지를 더하면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를 1년 365일로 환산해보면 자그마치 1만4600일이 된다. 그렇다면 ‘종이학’ 천 번의 14배쯤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삶은 어떠한가? 잘 사는 미래의 창출이란 소원성취는 고사하고 사는 형편은 여전히 궂은 비에 젖은 길 잃은 나그네인 양 후줄근하고 설상가상 느느니 한숨이 전부인 그야말로 전전긍긍의 나날이다.

따라서 ‘과거 돈 잘 벌 때 남들처럼 부동산 투기라도 해둘 걸...’ 이란 말 같지도 않은 나 자신을 향한 타박까지 나오는 즈음이다. 하여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변하게 퇴근하는 이 못난 남편을 위해 뜨거운 밥과 국을 짓고 포근한 이부자리까지 챙겨주는 아내가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다.

그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잘 살아야 할 텐데……. 이어지는 <종이학> 노래처럼 못다 한 우리들의 풍요(豊饒)라는 노래가 외로운 이 밤도 저 하늘에서 별이 되어 아픈 내 가슴에 맺힌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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