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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의 어떤 특권은 어느 누구의 간섭조차 없이 낮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거나하게. 아내가 장을 보아 사온 꼬막을 삶아 소주를 마셨다. 한데 소주를 세 병째 마시노라니 느닷없이 눈물이 분수처럼 솟았다.
여전히 건강이 안 좋아서 고삭부리인 아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못난 남편을 챙기고자 시장에 들러 이런저런 반찬거리까지 장만해 식탁을 일순 봄날의 만화방창(萬化方暢)으로 만들어준 아내였다. “여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다!”
나의 눈물에 동화되었든지 아무튼 아내도 소주를 두 잔 같이 마셨다. 요즘 참 많이 힘들다! 경제적 한파가 여전한 바람에 이른바 ‘계란대란’ 당시 미국 산 계란을 대거 수입한 뒤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일부 수입업자와 비슷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남자라는 이유로’ 인해 속내를 모두 밝힐 순 없는 게 이 가장이자 남편의 불편한 진실이다.
“누구나 웃으며 세상을 살면서도 말 못 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네 ~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 ~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었어 ~ ”
조항조는 <남자라는 이유로>에서 누구나 살아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때론 말 못 할 사연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 있다며 이실직고하고 있다. 지난주엔 너무 힘들어서 급기야 장기보험까지 깼다.
계절은 이미 봄이건만 경제적으론 여전히 엄동설한인 때문이었다. 얼마간의 해약금이 들어오긴 했으되 카드빚의 변제 융통 마련으로 인해 아내에겐 그 액수의 언급조차 삼갔다. 머리 좋은 아내인지라 묻지 조차 않아서 되레 고마웠지만.
요즘 경제면 뉴스를 보자면 머리부터 지끈지끈하다. 그건 우리나라 직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무려 215만 원으로 사상 최대로 커진 때문이다. 2월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상용근로자 5명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근로자는 월 평균 임금총액이 362만 원인 반면 임시와 일용직의 경우엔 그보다 200만 원 이상이나 적은 고작 146만 여원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에 속한 나 또한 조족지혈의 이 돈을 받아선 매달 적자의 수레바퀴만을 맴돌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남편(가장)의 경우, 그 심각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이 세상의 모든 남편은 평소 경제난 없이 가족에게, 특히나 만날 같이 사는 아내에게만큼이라도 큰소리 뻥뻥 치면서 살고픈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갈령하다. 어차피 급여가 현실화되기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투잡이든 별도의 알바를 해서라도 당면한 경제의 먹구름을 헤쳐 나갈 작정이다. 그리곤 빚을 모두 갚은 뒤엔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원통하고 길어서라도 꺼이꺼이 목 놓아 울어보리라. 시원스레.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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