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79. 사나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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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79. 사나이 눈물

이젠 그만 웃고 싶다

  • 승인 2017-03-22 00:02
  • 홍경석홍경석


“지금 가지 않으면 못갈 것 같아 아쉬움만 두고 떠나야겠지 ~ 여기까지가 우리 전부였다면 더 이상은 욕심이겠지 ~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소리 내어 울지 못 하고 ~ 까만 숯덩이 가슴 안고 삼켜버린 사나이 눈물 ~”

나훈아의 또 다른 히트송 <사나이 눈물>이다. ‘사나이’는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이순이 코앞인 나에겐 적당하지 않은 표현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지난날엔 나 또한 열정과 청춘의 사나이 시절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세월은 흡사 쏘아버린 화살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갔다. 전생에 죄를 너무 많이 지은 탓이었는지 어려서부터 고생을 말도 못 하게 했다. 너무도 일찍 여읜 생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소년가장 노릇까지 하느라 중학교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따라서 배움과 자녀의 교육열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갈증이 심했다. 반면 불학의 무지렁이다 보니 직장은 늘 그렇게 비정규직의 변방만을 맴돌았다. 때문에 경제적 한파는 사시사철 떠나지 않는 그림자로 착근되었다.

이러구러 시간이 흘러 아들에 이어 딸도 고3 수험생이 되었다. 수중에 돈이 없었기에 사교육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전교1등을 질주한 딸은 우리 집안의 자랑거리이자 보배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 기특한 딸에게 뭣이라도 해 줄 요량으로 별도의 알바를 시작했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지만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한다는 생각만 하면 힘듦이 희망으로 쉬 치환되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총명탕 등의 보약과 맛난 음식을 사 먹였다. 한 술 더 떠 “남들은 다 다닌다는데 너도 학원 좀 보내주랴?”고 물었으나 녀석은 손사래였다.

사교육을 단 한 번도 안 받은 딸은 결국 명문대를 갔다. 그것도 장학생으로. 한데 상경한 딸에게 매달 생활비와 용돈까지 부쳐주자면 알바를 멈출 수 없었다. 대학원까지 도합 6년을 그렇게 바라지한 보람으로 사위 또한 딸과 같은 대학 동문의 탁월한 인재를 얻었다.

‘이젠 알바를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게 인생사였다. 연전(年前) 아내가 덜컥 병에 걸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로부터 시작된 빚과의 전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박봉으론 도무지 견딜 재간이 없음에 어제도 알바를 나갔다.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들고 지친다. 이에 걸맞게(?)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부채는 무려 1344조원이라고 한다. 가구당 7000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빚쟁이들의 중간에 나도 서 있다.


피할 수 없는 가난 앞에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까만 숯덩이 가슴을 안으며 삼켜버린 ‘사나이 눈물’의 세월이 어느덧 40년에 육박한다. 이젠 그만 웃고 싶다. 하도 울었더니 이젠 삼켜버릴 눈물조차 증발하고 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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