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81. 오늘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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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81. 오늘도 참는다

‘행짜’ 유감

  • 승인 2017-03-24 00:02
  • 홍경석홍경석


“세월에 풍파 속에 길들여진 나의 인생 ~ 화나도 참는다 슬퍼도 참는다 인생은 그런 거야 ~비겁하다 비웃지마 비정하다 욕하지 마 ~ 내게도 한 때는 용감했던 세월이 있었다 ~ (중략) 화나도 참아야 해 슬퍼도 참아야 해 ~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잖아 오늘도 내가 참는다 ~ ”

애절하게 부르는 맛이 백미인 배기성의 <오늘도 참는다>이다. 소년가장이던 시절 고향역 앞에서 구두닦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소위 ‘텃세’라고 하여 나보다 나이가 겨우 한 살 더 많은 ‘녀석’이 툭하면 행짜 짓거리, 즉 심술을 부려 남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무시로 주먹을 날리며 나를 우습게 아는 것이었다. 그렇게 늘 만만한 상대가 되었다간 그 녀석에게 맞아 죽을 것만 같았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어떤 자구책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밤에는 은밀하게 권투도장을 찾아 복싱을 열심히 배웠다. 그렇게 몇 달을 배우자 내 주먹은 이소룡(?)에 버금가는 강펀치의 주먹으로 탈바꿈했다. 이후로 그 녀석은 내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로 변하였다.

모 언론사 마케팅부장 시절의 일이다. 한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며칠 후 술을 사겠다고 했다. 퇴근하여 같이 식당에 갔는데 초저녁이었는지라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었다. 소주를 겨우 세 병째 마시던 중이었는데 내게 술을 산 그 친구는 어느새 ‘맛이 갔다’.

그러더니 본격적으로 주정(酒酊)을 부리는데 가관(可觀)도 그런 가관이 따로 없었다. 서빙하는 아줌마를 마치 하녀 대하듯 하는데 몇 번이나 주의를 줬어도 안하무인이었다. 그 친구 역시 또 다른 행짜 행각에 다름 아니었으므로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참다못해 술판을 엎어버렸다.

“내가 또 다시 너랑 술 먹으면 성을 간다! 오늘 술값은 내가 내마.” 5년 전부터 경비원으로 취업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입사 초기 나와 같이 일하게 된 짝꿍 또한 전형적인 행짜였다. 노골적으로 날 푸대접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자신의 딸이 명문대를 나왔다며 학벌로까지 날 야코(‘콧대’를 속되게 이르는 말) 죽이려 들었다.

‘놀고 있네, 내 딸은 서울대 나왔다!’ 그 뒤로도 계속하여 막말에 괴롭히고 조롱하기를 멈추지 않기에 충격요법을 쓰기로 했다. 치열한 지역예심을 거쳐 KBS1TV <퀴즈 대한민국>의 본선무대에 올라 녹화를 하게 되었다.

녹화 당일, 미리 연락을 취한 서울의 딸을 만나 응원석에 앉혔다. 진행 아나운서가 막간을 이용해 딸에게 마이크를 쥐게 하였고 평소 나의 딸바보 ‘현주소’를 물었다. 카메라 여덟 대가 돌아가면서 녹화를 떴고 그 내용은 일주일 뒤 방송에 그대로 송출되었다.

그 방송을 본 짝꿍은 코가 납작해졌다. 하지만 본성이 그른 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결국 그해 여름에 현재의 직장으로 이동했다. 세상은 저 혼자만 사는 건 같고, 또한 저 자신이 제일 나은 듯 싶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 세상엔 나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나 출중한 인물들이 그야말로 군웅할거(群雄割據)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처신해야 하는 것임은 구태여 사족이다. 행짜 짓거리는 결국 자기 자신을 베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오늘도 참는다> 가요처럼 불속에 뛰어드는 겁 없는 한 마리 나방처럼 젊음을 불사르던 겁 없던 나의 청춘은 이제 가고 없다. 따라서 지금은 매사 꾹꾹 참으며 살고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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