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85.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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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85. 봄날은 간다

국민의 명령

  • 승인 2017-03-28 00:02
  • 홍경석홍경석
▲ 영화 '봄날은 간다' 포스터
▲ 영화 '봄날은 간다' 포스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이다. 백설희 씨는 가수 전영록의 모친이기도 하다. 봄(春)은 참 좋은 계절이다. ‘봄’은 또한 인생의 한창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아울러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뜻한다.

봄은 속담 또한 많이 가지고 있는데 우선 ‘봄 눈 녹듯 한다’가 돋보인다. 이는 무엇이 오래 가지 아니하고 이내 사라져 없어진다는 말이다. ‘봄도 한철, 꽃도 한철’은 청춘은 누구에게나 한때라는 뜻이다.

‘봄 사돈은 꿈에도 보기 무섭다’는 속담은 대접하기 가장 어려운 사돈을 양식이 궁한 봄에 맞게 되는 것을 꺼려 하는 말이다. ‘봄 조개 가을 낙지’는 음식도 제 때를 잘 만나야 제 구실을 한다는 의미다.

3월 21일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 가량이나 조사를 받고 22일 아침 검찰청사를 나왔다. 이 모습을 보면서 새삼 권력의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권불십년’, 아니 고작 4년여의 권력 끝이 겨우 저 정도인가 싶어 안타까움이 함께 교차했다.

이는 또한 <봄날은 간다> 가요처럼 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금세 지는 봄날의 짧음을 동시에 연상케 만들었다. 권력은 본시 그런 것이다.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에 올인하겠다는 이들이 한결같은 대통령의 다짐이자 포부였다.

하지만 막상 임기 후반 무렵이면 이런저런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명예스런 퇴진을 하는 대통령을 보기가 힘들었음은 어쩌면 대한민국 모두의 비극이었다. 따라서 이는 시종여일(始終如一)의 각오가 포말처럼 사라졌다는 셈법이 통용된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인간은 무지하다. 그래서 소중한 것이 곁에 있을 땐 알지 못하고 막상 그것이 자신을 떠나려할 때에야 비로소 붙잡으려 애쓰는 어리석음까지를 보이는 것이리라.

▲ 영화 '봄날은 간다' 중에서
▲ 영화 '봄날은 간다' 중에서

그렇긴 하더라도 외국의 경우처럼 권좌를 물러난 대통령이 소시민처럼 동네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대화를 나누는 아름다운 풍경을 왜 우린 볼 수 없는 걸까? 지금이야 아이들이 다 장성하여 타관에 나가 있다.

허나 과거 학생일 적엔 내 품에서 같이 살았다. 그래서 퇴근길엔 아이들에게 먹이고 입히고자 뭣 하나라도 사서 품에 넣었다. 그건 ‘오늘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아빠이고 싶다!’는 바람에서 기인한 버릇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대통령으로 집권하는 분들의 계획은 마찬가지로 ‘집권기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대통령이고 싶다!’는 결의가 번뜩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그렇게 말미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건지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루크레티우스(Lucretius Carus)는 일찍이 “인간은 한때 우주에 머무는 것이니, 모든 것이 덧없음을 인정하면서 세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데 그러한 세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누리자면 필연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건 바로 정직과 신의,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봐도 부끄러움이 없는 삶의 견지가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다시금 검찰청사 앞의 포토라인에 서는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미사일보다 빠른 게 세월이다. 봄날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찰나(刹那)일 정도로 그렇게 짧은 게 바로 봄이다. 그래서 권좌와 권부 역시 그처럼 짧음을 인지하고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과 국정만을 바라보고 일로매진(一路邁進)할 것을 국민들은 엄하게 명령하는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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