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90. 한방의 부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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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90. 한방의 부루스

궁달유시(窮達有時) 소고

  • 승인 2017-04-02 00:01
  • 홍경석홍경석


“옛날의 나를 말한다면 나도 한 때는 잘 나갔다 ~ 그게 너였다 그게 나였다 한때 나를 장담마라 ~ 가진 건 없어도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 ~ 언제나 청춘이다 사나이의 가슴은 ~ 오늘도 가슴 속에 한 잔 술로 길을 만든다 ~ 오늘밤은 내가 쏜다 더 멋진 내일을 그리며 ~ 사나이의 인생길은 한방의 부루스 ~ ”

전승희의 히트곡 <한방의 부루스>다. 부루스는 블루스(blues)를 뜻한다. 이는 미국 남부의 흑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두 박자 또는 네 박자의 애조를 띤 악곡이며 느린 곡조에 맞추어 추는 춤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안정애의 <대전 부르스>는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 발 0시 50분을 노래했다. 반면 <한방의 부루스>는 과거 잘 나갔던 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도도한 최면술(催眠術)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의 일이다.

“네 아들도 이젠 과장(課長)으로 승진할 때가 되었지?”라고 묻기에 “응, 내년에 과장 된다더라.”라고 대답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아들이 집에 왔을 때 본인이 직접 한 말이어서 신빙성이 높은 팩트(Fact)다.

이에 반가웠던 나머지 “와~ 그럼 내년부턴 우리 아들에게 홍 과장님이라고 불러야겠네?”라고 했더니 아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승진이 빠르면 퇴직도 빠르다나 뭐라나면서. 내가 과장급 소장으로 승진한 건 아들이 두 살이던 지난 1984년 2월 1일이다.

당시 최연소 소장이라 하여 회사에서도 단박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렇긴 하지만 과장이 되어 휘하의 직원들을 관리감독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쨌든 그 즈음엔 <한방의 부루스> 가사처럼 ‘잘 나갔던’ 시절이었고 따라서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

하여 툭하면 “오늘밤은 내가 쏜다!”며 돈을 펑펑 쓰기도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세상에 영원한건 없다(世無永遠)더니 호시절은 잠시 왔다 금세 떠나는 봄날만큼이나 짧았다. 대신에 그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은 실패와 빈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쓰는 연유는 글로 남기지 않은 아픔과 추억은 마찬가지로 증발되는 때문이다. 즉 일종의 반성적 거울로 삼자는 얘기다. ‘조선의 승부사들’이란 책이 있다. 여기엔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이 담겼다.

세상은 그들을 외면했으나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섰다. 과거 조선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기에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들은 한때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지라도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계속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인생 승리를 이루어냈다. 여기선 과학기술자 장영실과 상례전문가 유희경, 역관 홍순언과 의원 허준도 나온다.

이 외에도 비파연주가 송경운과 박물학자 황윤석, 천문학자 김영과 목민관 김홍도, 국수(國手) 정운창과 출판전문가 장혼 등 열 사람이 등장한다. 참고로 KTX 천안아산역 근방엔 장영실 선생의 동상이 들어서 있다.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한 말로써 ‘즐거워도 휩쓸리지 마라’와 ‘슬퍼도 비탄에 빠지지 마라’는 뜻이다. 내 비록 현재는 여전히 어렵되 ‘궁달유시(窮達有時)’를 믿고 있다.

이는 궁핍하고 영달함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다시 맞게 될 ‘한방의 부루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면 더 멋진 내일을 그리며 열심히 살고 볼 일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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