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91.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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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91. 행복이란

남자도 수다다

  • 승인 2017-04-03 00:01
  • 홍경석홍경석
▲ 가수 조경수
▲ 가수 조경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 ~ 이 생명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하리 ~ 이 목숨 다 바쳐서 영원히 사랑하리 ~” 가수 조경수의 <행복이란>이다.

영화 <암살>에서 약산(若山) 김원봉으로 등장한 배우 조승우는 조경수의 아들이다. 얼마 전 고향 천안의 죽마고우들과 모처럼 ‘뭉쳤다’. 죽마고우들의 거개가 그러하듯 우리들 역시 만나자마자 욕지거리부터 날렸다.

욕지거리는 ‘욕설’을 속되게 이른다. 또한 욕설(辱說)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들의 욕지거리는 그 친구들만의 어떤 특권이다. 사회서 만난 친구에겐 그러한 욕지거리를 할 수 없는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나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에게도 차마 반말을 놓을 수 없다는 한계가 그 방증이다. 여하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인지라 답답한 속내까지를 죄 까집어내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자 비로소 쌓였던 스트레스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가수 조경수
▲ 가수 조경수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을 뜻하는 ‘수다’는 일반적으로 여자들의 전유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남자들도 그 수다를 즐기고 선호하기까지 한다. 그날 만난 친구들 수다의 ‘고민’ 토로 화두는 대동소이했다.

우선은 경제적 핍박의 어려움이었고, 다음으론 자녀의 결혼이 그 뒤를 이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빈곤의 숲을 헤쳐 나가기 힘들어서 정말로 죽을 맛이다.” “내가 하고팠던 말을 네가 대신 해 주는구나.”

“그렇긴 하지만 너나 나나 맡은 바 분야에선 천재(天才) 아니었더냐. 그래서 하는 말인데 천재가 노력까지 한다면 무서울 게 뭐가 있을까. 우리 더 힘내자꾸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나의 ‘촌철살인’ 그 말 한 마디에 친구들은 비로소 얼굴에서 그늘을 지워내며 즐거이 술을 마셨다.

우리 같은 베이비부머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당연한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실천했다. 아이들은 잘 가르쳐야 했으며 심지어 결혼하는 자녀에겐 집까지 사서 주는 이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러다보니 정작 노후설계는커녕 ‘노후빈곤’으로 추락하는 경우 또한 잦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는 애먼 세상에 대한 저항으로까지 이어지는 임계점이 되기도 한다. 허나 ‘삶에는 저항하지 말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세상은 비록 거칠고 무거워도 우리네 삶은 그 사이를 바람처럼 달리는 까닭이란다.

얼마 전 모 언론이 리서치 기업에 의뢰해 대선을 앞둔 한국 유권자 1000명에게 ‘대통령을 해외에서 수입할 수 있다면 누구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청와대로 보내자”는 응답이 66.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품이 아니다. 따라서 해외직구로 수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행복 역시 마찬가지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나를 친구는 다시금 자신의 차로 천안역까지 태워다주었다.

“졸다가 부산까지 가지 말고 꼭 대전역에서 내려라”를 신신당부하는 친구가 새삼 고마웠다. 조경수의 노래가 이어진다. “이별만은 말아줘요 내 곁에 있어줘요 ~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잖아요 ~”

50년 지기 죽마고우들은 이별이 싫은, 그리고 늘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길 희망하는 내 행복의 원천이다. 친구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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