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95. 장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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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95. 장녹수

‘레퀴엠’ 단상

  • 승인 2017-04-07 00: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가는 세월 바람타고 흘러가는 저 구름아 ~ 수많은 사연 담아 가는 곳이 어드메냐 ~ 구중궁궐 처마 끝에 한 맺힌 매듭 엮어 ~ 눈물 강 건너서 높은 뜻 그렸더니 ~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 양 간 곳 없고 ~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

전미경이 부른 <장녹수> 라는 가요이다. 장녹수(張綠水) 하면 희대의 폭군이었던 연산군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30세의 나이에도 16살 꽃다운 여인으로 보였다는 동안(童顔)의 여인이 바로 장녹수였다.

그는 자식을 둔 후에도 춤과 노래를 배워 기생의 길로 나섰다. 내처 궁중으로 뽑혀 들어가서는 연산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후궁이 되었다. 이후 장녹수는 연산군의 음탕한 삶과 비뚤어진 욕망을 부추기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그녀는 연산군으로부터 무수한 금은보화와 전택(田宅) 등을 하사받았는가 하면 마치 최순실인 양 연산군의 총애를 발판 삼아 정치까지 좌지우지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법.

1506년 중종반정 이후 장녹수는 반정 세력에 의해 제거 대상 1호로 떠올랐고 참형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그녀의 처형 이후 길을 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시체에 기왓장과 돌멩이를 던지며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침내 영어의 몸이 되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화려했던 ‘공주님’ 시절과 대통령의 영화마저 덩달아 과거지사로 치부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는 마치 <장녹수> 노래처럼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 양 간 곳 없고’에 다름 아닌 셈이다.

뉴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다른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구치소에서 제공한 1식 3찬의 조촐한 식사를 하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망망대해에 홀로 둥둥 떠 있는 작은 배처럼 혼자 남겨진 듯한 그 망연자실함은 오죽할까.

사견이지만 특검 당시부터라도 적극적 법리 검토와 대응,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하기에도 설득력이 있는 준법정신의 견지만 보였더라도 최소한 구속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예단(豫斷)이 성립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은 외신으로도 긴급 타전됐다고 한다. 외신들은 박 전 대통령이 좁은 독방에서 1.3달러짜리 밥을 먹게 됐다는 데 초점을 맞췄는가 하면,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탄핵 3주 만에 부패혐의로 구속됐다는 점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이러한 보도의 홍수를 보자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가 외국으로부터 더욱 강한 압박의 봉쇄 따위 보복을 받지는 않을까 싶어 새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소통 부재’가 절실한 안타까움으로 묵직하다. 이는 또한 일종의 레퀴엠(requiem)이란 느낌마저 떨치기 어렵다.

‘레퀴엠’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을 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에 이어 구속까지 된 이상 정치적으로도 이미 ‘죽은 자’인 때문이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함께 새삼 세인들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최순실의 그 엄청난(!) 재산의 환수가 아닐까 싶다.

장녹수의 사후 그녀가 쌓아두었던 그 많던 재산은 모두 몰수되었다. 고작 기생의 신분에서 일약 후궁의 반열에 올라 연산군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장녹수.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흡사 최순실처럼 호가호위를 부리다가 인과응보의 화살을 맞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녹수>의 노래처럼 그 어떤 부귀와 영화도 사실은 일장춘몽(一場春夢)처럼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법이다. 사람들은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경거망동하다가 결국엔 자충수의 부메랑까지를 자초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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