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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 한 잎 두고 가신 님아 ~ 가지 위에 눈물 적셔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 ~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새는 한 잎 ~ (중략)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다. 계절은 온통 꽃으로 물들어 하 수상하기 그지없다. 이 좋은 날엔, 그것도 쉬는 날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보문산이라도 가서 이런저런 만발한 꽃들이라도 보고 와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마누라 등쌀에 배겨날 재간이 없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이맘 때 쯤이 아름다운 아지랑이로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서울서 딸을 결혼시켜 외국으로의 신혼여행을 보냈다. 그런 뒤 대청호를 찾았다.
동구 판암동에서 충북 옥천으로 가다가 보은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대청호의 빼어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동행한 아내와 아들도 함께 맛난 점심을 먹으며 서로의 수고를 칭찬했다.
“여보, 고생 많았어! 덕분에 우리 딸의 혼례를 잘 치를 수 있었으니 이제 한시름 놓았네.” “당신도 수고했어.” “우리 아들도 네 동생 살림살이를 죄 장만해주느라 부도나 안 났는가 모르겠다. 암튼 고맙다!”
“아빠 엄마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점심은 비교적 비싼 걸 시켰는데 그날 역시도 셈은 아들이 치렀다. 그건 이 아비란 자의 벌이가 여전히 비루한 때문이었다. ‘에그, 원고료라도 착실하게 받았더라면 오늘 밥값은 내가 냈으련만…….’
<원고료 이백 원>은 1935년 2월 《신가정》에 발표된 강경애의 프롤레타리아 이념이 담긴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은 장편 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받은 원고료 이백 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남편과의 갈등이 생기면서 그 해결 과정을 후배 K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1935년이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80여 년 전이다. 따라서 당시의 200원이라고 한다면 추측컨대 지금의 가치로 얼추 2000만 원은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주인공은 그 200원으로 옷을 사고 금붙이도 손에 끼고픈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철저히 가부장적인, 더욱이 사회주의자인 남편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되레 구타하면서 속물적 문인이라며 내쫓기까지 한다. 어제는 얼마 전 시민기자로 합격한 정부기관에서 교육이 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매달 어떠한 미션이 주어질 것이며 그에 합당한 글과 사진을 올리면 얼마의 원고료를 줄지는 가봐야 알 터이다. 다만 바라는 건 조족지혈이 아닌, 좀 더 넉넉한 고료를 주었음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이 좋은 날에 나 또한 마누라와 함께 꽃구경에 이어 콧바람도 좀 쐴 수 있을 거 아닌가. 나로선 ‘못다 핀 꽃 한 송이’, 즉 여전히 다 피지 못해 시들시들한 원고료가 풍성한 꽃봉오리로 활짝 개화하는 게 목표이며 관건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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