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98. 한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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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98. 한방이야

습득과 절도의 교차로에서

  • 승인 2017-04-11 00:01
  • 홍경석홍경석


어제 아침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탑승한 106번 시내버스를 동부네거리에서 하차한 뒤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리곤 H 제과 건물의 아래 벤치를 지나는데 스마트폰 하나가 주인을 잃고 혼자서 우두망찰하고 있었다.

‘저걸 그냥 두었다간 누군가가 훌쩍 집어가서 팔아먹을 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그걸 주워들고 집에 왔다. 그리곤 Y지구대(구 파출소)로 전화를 걸었다. “네, 000 순경입니다.”

“제가 잠시 전 스마트폰을 습득했어요. 한데 주인을 찾아주려 했으나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돼 있어 주인이 누군지를 통 모르겠어서 전화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어쩌면 좋지요?” 그러자 경찰관은 “스마트폰의 주인이 위치추적을 하게 되면 자칫 선생님이 절도범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지구대로 가지고 와서 신고를 하라고 했다. 통화를 마친 뒤 투덜거리며 벗어던졌던 옷을 도로 입었다. “밥도 안 먹고 또 어딜 가는 겨?”라는 아내의 말에 “주인 잃은 스마트폰을 그냥 둘 걸 괜스레 주워 오는 바람에 지구대까지 가게 생겼어”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아내 역시도 사서 고생한다며 웃었다. 이윽고 도착한 지구대. 습득한 스마트폰을 건네자 경찰관은 용지를 내주며 나의 인적사항에 이어 정보제공 동의서까지를 받았다. ‘빌어먹을, 내가 무슨 범죄 용의자라도 되나? 대체 이런 건 왜 쓰라는 겨!’

어쨌든 스마트폰의 지구대 반납(?)으로 인해 혹여 절도범이 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선 모면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했다. 젊을 때는 사서도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시류마저 변하여 이제는 이 말도 의미가 성립 안 되는 즈음이다.

왜냐면 젊어 고생은 늙어 관절염만 생기는 때문이란다.(^^) 습득(拾得)은 ‘주워서 얻음’이다. 그러나 어제 나의 스마트폰 지구대 신고와 반납(返納)은 엄연한 선행(善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대가 요청한 나의 인적사항 등의 기록 요구는 분명 흡사 절도범에 준(準)하는 만치의 불쾌감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는 또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즉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됨을 이르는 말과도 같은 일종의 행정 편의주의(便宜主義)란 느낌이었다.

어제의 경우처럼 습득과 절도의 어떤 교차로(交叉路)는 따라서 앞으론 주인을 잃은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못 본 척 해야 한다는 교훈까지를 떠올리기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방이야 한방이야 ~ 난 한방 부르스~ 시원하게 날려 줘요 한방에 부르스 ~” 김혜연의 가요인 <한방이야>를 틀었다. 습득과 절도는 불과 한방의 차이란 생각에 입맛이 다시 썼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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