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 대선판 육아 공약과 할머니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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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 대선판 육아 공약과 할머니 육아

  • 승인 2017-04-12 11:34
  • 신문게재 2017-04-13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불황 무풍지대인 산업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스포켓이라는 주머니 6개의 시장이다. 저출산 사회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포켓에서 돈 나오는 육아·아동시장은 불황을 몰랐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이 말의 신빙성은 떨어지고 있다. 에잇포켓이라고 보태봐야 여의치 않다. 두 포켓의 주인인 고모(이모)와 삼촌(외삼촌)은 연애, 결혼, 출산을 접고(3포), 집과 인간관계(5포), 꿈과 희망까지(7포) 내던진 포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건강과 외모마저 포기한 9포가 모자란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보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 역시 좋은 정책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일·가정 양립 처방이 부질없는 대선 테마주 거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경제와 육아라는 굵직한 두 문제가 맞닿아 있다. 워킹맘에겐 특히 그렇지만 육아는 때로 자유의 박탈과 노역을 동반하는 노동이 된다. 맞벌이 시대지만 맞돌봄 시대는 느린 걸음으로 온다. 아빠들도 북유럽의 시간 널널한 스칸디대디 같은 여유는 없지만 그 때문은 아니다. 육아를 아내 혼자 뒤집어쓴다는 독박육아 자조까지 섞여 들고 있다.

이런 현실을 겨냥한 대선 공약은 한결 단조롭다. 육아휴직 확대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문재인 후보는 회사 눈치 안 보는 자동육아휴직제도를, 안철수 후보는 육아휴직 3개월간 임금 100% 보장을 공언한다. 홍준표 후보의 4단계 교육 지원은 좀 동떨어져 생략하고, 유승민 후보를 보면 육아휴직 3년을 보육 공약으로 내놓는다. 심상정 후보는 육아휴직 18개월 확대를 공약했다.

돈도 돈이지만 육아에서 항시 쫓기는 건 시간이다. 관련 사례를 찾아보니 10시 출근, 5시 퇴근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실험 단계지만 스웨덴 예테보리 시에서 생산성, 경영성과, 직원 건강이 개선돼 호평을 받고 있다. 대체인력 확보 등 애로점이 있지만 이번 '불금'부터 순차로 개시되는 우리의 공무원 4시 퇴근 제도보다 훨씬 덜 억지스럽다.

19대 대선 공약만으로 살펴보면 엄마 아빠 위주의 정책이 강화됐다. 육아를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옮겨오는 데는 소홀했다. 이렇게 단정하면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 즉 폐경의 진화적 근거를 합리화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종족 보존을 위해 생리를 멈추고 손자손녀를 키운다는 가설에 할머니 독박육아의 음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라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극히 일부는 될 것이다. 아동기와 노인기를 합치면 생애의 절반이니 정서상으로 우선 좋다. 척추와 무릎 관절 이상 등 '손주병'을 이긴다면 노후 소득 보전이 될 수 있다.

현재 손자녀 돌봐주고 받는 수고비는 월평균 57만원이다. 알량한 이 돈으로 육아 소비시장 할배와 할매의 '할류' 열풍에 끼기에는 턱없지만 아쉬우나마 용돈은 된다. 서울 서초구와 광주광역시는 손주 돌보미 서비스로 조부모 양육 수당을 지원 중이다. 국회에 발의된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에도 조부모 손자녀 돌봄수당이 들어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을 돌볼 때의 가정간호수당과 더불어 논의를 시작해볼 부분이다.

맹점도 물론 많다. 일단 내지르고 보는 공약 메뉴의 시작과 끝은 늘 예산이다. 돌봄의 사회화로 가족 돌봄이 논의에서 증발되면 또한 안 된다. 아이 조부모가 안 계신 부부나 손자녀 없는 어르신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회적 총의(總意) 확보, 그리고 효율성(efficiency)을 위한 공평성(equity) 보완은 필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언제 써먹든 새롭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든 육아의 공동인식 확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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