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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 (중략)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그대 그늘에서 지친마음 아물게 해 ~”
평소 좋아하는 가왕(歌王) 조용필의 히트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이다. 조용필이 신인으로 이름을 떨치기 전부터 그의 노래를 아꼈다. 그를 부동의 스타로 만들어준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큰 히트 전에 불렀던 ‘너무 짧아요’라는 곡부터 귀에 콕 들어와 박힌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지금의 아내와 열애 중이었는데 그녀 역시도 조용필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어느덧 내 나이는 황혼의 언덕을 넘는 중이다. 이러구러 ‘좋았던 시절’은 다 보내고 5년 전부터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작년에 J씨(여)가 입사했다. 그리곤 회사 건물 1층의 안내데스크에서 일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 역시도 인사를 잘 하고 친절한 데다가 늘 그렇게 웃는 표정이 맘에 쏙 든다. 그 J씨가 지난 4월 8일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본다고 했다.
평소 책을 펼쳐놓고 늘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그예 국가공무원 시험을 치르는가 싶어 대견했다. 아울러 반드시 합격하여 나와 똑같은 처지인, 지금의 박봉과 1년 단위 계약직에서도 탈출하길 바란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본다. 작년 3월 딸이 결혼식을 앞둔 때였다. 청첩장을 직원들에게 돌리다가 J씨에게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잠시 좌고우면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언제 그만 둘 지도 모를 여직원에게까지 ‘청첩 고지서’를 건넨다는 건 경제적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내 여식보다 어린 처자에게 몹쓸 짓(?)이란 자격지심이 발동한 때문이었다.
한데 눈치가 빠른 J씨가 먼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아저씨 따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근데 왜 제겐 청첩장을 안 주세요?” “그야…… J씨에게 부담을 줄까봐서요.” “나중에 제가 시집갈 때 아저씨도 예식장에 오시면 되잖아요.”
“하하~(^^) 그러면 되겠네요.” 경비원으로 근무를 하기 전에는 언론과 출판사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그러한 직장의 어떤 특성은 확고한 성 평등의 인식 개선과 제고(提高)였다.
즉 능력만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승진이 되고 상사가 되었으며 또한 직장의 분위기 역시 성폭력 따위는 애당초 생성조차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성문화의 정립과 아울러 혹여 농담이라도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는 따위는 용서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한 토양에서 밥을 먹은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처제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J씨에게도 여전히 존댓말을 사용하는 건 물론이다. 4월 8일에 공무원 시험을 본 사람만 자그마치 25만 명이나 된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률이긴 하되 부디 J씨가 엿 붙듯이 합격했으면 좋겠다.
그리 된다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가요처럼 “나는 J씨가 공무원 시험을 보러 떠날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반드시 합격할 거라고. 또한 그래서 안정된 직장에 더하여 튼실한 신랑감도 만날 거라고 말이죠. 이젠 그랬으면 정말 좋겠네요.”라는 응원이 타당하리라.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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