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08.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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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08.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문제는 마음

  • 승인 2017-04-21 00:01
  • 홍경석홍경석
▲ 유튜브 화면 캡쳐
▲ 유튜브 화면 캡쳐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 그댄 바람 소릴 무척 좋아하나요 ~ 나는요 바람 불면 바람 속을 걸어요 ~ ”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라는 노래다. 지난 주말은 마침맞게 쉬는 날이었다. 하지만 마누라 등쌀에 집에서 편히 쉴 수 없었다. “튤립축제가 한창이라는데 우리도 대전오월드로 꽃구경 구경 갑시다.”

봄바람은 마누라가 제일 먼저 안다고 했던가. “그러자구~” 화창(和暢)의 차원을 넘어 아예 덥기까지 한 때문에 반팔 티셔츠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311번 시내버스에 올랐다. 이윽고 도착한 대전오월드.

입장권을 사기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관람객들을 보자 더위가 더욱 치솟았다. 놀이기구 바이킹과 자이안트 드롭은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일었다. 점심을 먹는 식당 역시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당최 모를 상황이었다.

식사를 겨우 마친 뒤 플라워랜드로 이동했다. 그러자 만개한 각양각색의 튤립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면서 서둘러 사진 찍기를 종용했다. 소녀처럼 맑게 웃는 아내의 모습을 지참한 카메라에 담았다.

외국인들도 참여한 볼거리 공연이 끝나고선 관객들과의 포토타임까지 배려하여 참 잘 왔다 싶었다. 풍차 아래의 분수대에선 때 이른 무더위에 악동들의 물놀이가 이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게 나들이를 잘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이튿날엔 얼추 온종일 비가 내렸다.


꽃샘추위는 꽃이 피는 시기, 즉 봄을 시샘하는 추위라지만 이 봄에 내리는 비는 여름을 재촉하는 비다. 따라서 이미 저만치 진주(進駐)한 ‘여름’은 호시탐탐 봄의 철수를 강요하고 있다. 출근을 하려는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아내가 입을 열었다.

“어제 비가 오기 전에 꽃 구경 하길 참 잘했네. 그나저나 보령 쪽은 가뭄이 여전하다는데 올여름엔 비가 많이 내릴까?” 그러면서 우산을 챙기라는 걱정을 잊지 않았다. 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내에 반해 나는 비, 더욱이 봄비라고 하면 무척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슬비 정도는 일부러 맞을 정도다. 비는 만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외에도 미세먼지까지 씻어주는 일등공신이다. 더불어 아득했던 지난날의 추억까지를 기억의 타임머신에 태워 끌고 오는 역할까지 아끼지 않는다.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마음을 앗아가 버린 아내는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가요처럼 외로운 내 가슴에 몰래 다가와 사랑을 심어놓은 사람이었다. 출근하면서 궂은비인지라 우산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골목을 지나는데 달려가는 승용차로 인해 물이 확 튀었다.

이런 때 나도 차가 있었더라면…….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 긍정 마인드로 바뀌었다. 채근담에서 이르길 ‘갈대꽃 이불을 덮고 눈 위에 누워 구름 속에 잠든다면 한 집의 청명한 밤기운을 보전할 수 있고, 술잔 속에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희롱하면 만장의 홍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맞다. 세상사는 마음을 어찌 먹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그래, 난 봄비를 퍽이나 좋아한단다. 저만치 버스정류장에 빨간 우산을 쓴 아가씨가 수채화처럼 돋보였다. 비가 오니까 꽃들도 웃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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