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09.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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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09. 다행이다

현대판 카스트 제도 사라져야

  • 승인 2017-04-21 13:09
  • 홍경석홍경석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 ~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

이적의 <다행이다> 라는 가요이다. 다행(多幸)은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을 뜻한다. 반면 불행(不幸)은 행복하지 아니한 일과 그런 운수라는 뜻이기에 누구라도 피한다. 사람은 누구라도 이 세상을 태어난 순간부터 ‘행복’이라는 배를 순항시키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운명과 현실적 괴리의 딜레마는 그 행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강요하기도 다반사다. 이런 관점에서 어젠 모처럼 행복과 다행의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야근을 나가기 전 대전역부터 들렀다.

한창 증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대전역사에 들어가 오는 5월 5월 동탄역으로 가는 SRT 열차표를 두 장 샀다. SRT는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로써 KTX의 독점체제와 경쟁구도를 만들어 소비자(승객)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국토교통부의 어떤 야심작이다.

SRT 티켓을 구입한 것은, 5월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아들이 재직 중인 회사에서 가족 초청 잔치가 있는 때문이다. 해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데 그러나 입때껏 한 번도 가지 못 한 터이다.

하여 올해는 반드시 그 ‘다행의 자리’에 참석을 하고 내처 아들이 사는 집도 시찰(?)할 요량이다. SNS시대가 되면서 각종의 신조어들이 창궐하는 즈음이다. 주지하듯 신조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가치관과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신조어를 살펴보면 우리의 시대상을 고찰할 수 있다. ‘골드맘’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젊은 엄마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라테아빠’는 한 손에 커피(Latte)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며 아이를 돌보는 아빠란다.

‘에잇포켓(Eight Pocket)’은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삼촌, 이모 등 가족구성원 8명의 지갑이 열린다는 의미라니 씁쓸하다. 이 같은 표현과는 사뭇 격이 다른 신조어에 ‘비계인’이란 것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직장생활을 비정규직과 계약직, 그리고 인턴으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그 앞 글자를 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비계인’들의 정규직으로의 전환과 입성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또한 그처럼 “비계인(비정규직·계약직·인턴)으로 시작해도 패자부활전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시원스레 답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의 착근 역시 현재로선 무망하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대선 출마자들은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보장 등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그 남발의 정도를 보자면 흡사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기세여서 실소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비정규직과 계약직, 그리고 인턴은 정규직과는 처우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고로 차제에 현대판 카스트(caste) 제도와 같은 ‘비계인’의 불이익 사회가 사라져야 하는 건 불문가지다.

어쨌거나 아들은 소위 ‘비계인’이 아닌 정규직이다. 때문에 벌써부터 아내는 아들의 회사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읊조린다. “우리 아들이 정규직이라는 게 참으로 다행이야!”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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