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10. 행복을 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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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10. 행복을 주는 사람

‘복면공주’ 소고

  • 승인 2017-04-24 00:01
  • 홍경석홍경석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 우리 가는 길에 아침햇살 비치면 ~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복면가왕’은 나이와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딱히 애청하진 않지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복면(覆面)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 전부 또는 일부를 헝겊 따위로 싸서 가리는 형태다. 이 복면은 또한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을 비유할 적에도 인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집 식구 넷은 각자의 ‘복면’을 지니고 있다.

먼저, 나는 직장과 밖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귀가하면 아내가 걱정할까 봐서 함구하는 게 습관이다. 또한 속상한 일로 말미암아 부아가 치솟는 경우에도 홧술을 마시고 잠을 자는 것으로 대신한다.

아내 역시 나름의 복면 소유자다. 나의 박봉으로 말미암아 늘 그렇게 찌든 생활고임에도 항상 웃음과 콧노래를 견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긍정마인드의 아내를 보자면 나도 모르게 유리조각이 들어와 박힌 양 마음이 아프다.

이번엔 아들이다. 결혼 적령기의 총각이건만 마음은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다. 그래서 지금도 칭찬을 하면 아주 좋아한다. 최근 치러진 아들 회사의 신입사원 공채시험에 아들이 감독관으로 나갔단다.


그 같은 내용을 문자로 받고 “역시 우리 아들이 최고야!”라는 칭찬의 답신을 보냈다. 이에 아들 역시 반가운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왔음은 물론이다. 끝으로 딸은 명실상부(?)의 복면가왕, 아니 ‘복면공주’이다.

딸은 웬만해선 자신의 속내를 고스란히 표출하지 않는다. 일례로 집에서 학교를 다닐 적의 상황이다. “어제 학교서 치른 시험은 잘 봤니?” 물으면 버릇처럼 “어려웠어요”라며 시큰둥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막상 결과는 항상 전교1등의 성적을 뽐내기가 다반사였다. 하긴 그랬으니까 우리나라 제일의 대학에도 갈 수 있었겠지만. 야근을 앞두고 집에서 머리염색을 했다. 뒷부분은 아내가 해주었는데 누가 수다스런 아낙 아니랄까봐서 구시렁거렸다.

“당신도 옛날엔 머리가 치렁치렁할 정도로 숱이 많았는데 이젠 머리카락도 죄 빠지고 할아버지 다 됐네.” 그 말에 새삼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린 나 자신이 서글퍼졌다.

그러면서 요즘 선전하는 가발회사의 대리점을 한 번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머무르는 걸 어쩔 수 없었다. 허나 가발 값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더욱이 더워지는 여름엔 무슨 수로 가발을 착용한단 말인가…….

에잇, 이대로 살다 죽자. 혹자는 ‘인생이란 수천 명의 저격병을 뚫고 혼자 걸어가는 외로운 나그네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족은 언제나 그렇게 내게 행복을 주는 응원군이다. 내가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고 멀지라도 가족과 함께 간다면 힘이 들지 않고 좋기만 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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