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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 궁궐 긴 마루에 하염없이 눈물짓는 장희빈아 ~ 님 고이는 그날 밤이 차마 그려 치마폭에 목 메는가 ~ 대전마마 뫼시던 날에 칠보단장 화사하던 장희빈아 ~ 버림받은 푸른 한에 흐느껴서 화관마저 떨리는가 ~” 이미자의 <장희빈>이란 노래다.
간신(奸臣)은 ‘간사한 신하’를 뜻한다. 반면 간신(諫臣)은 임금에게 옳은 말로 간하는 신하이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의 사자후가 불을 뿜고 있다.
대선에 출사표를 낸 인사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이 난파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적자라며 오늘도 동분서주 전국을 달리고 있다. 이른바 ‘장미대선’이 치러지는 오는 5월 9일의 대통령을 뽑는 투표는 전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평소의 소통 부재, 그리고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이란 현대판 간신들로 말미암은 귀결이다.
“박근혜와 청와대의 외피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집무실이었지만 그 속은 왕조시대의 구중궁궐을 쏙 빼닮았다”의 서문으로 시작되는 <간신>은 오창익. 오항녕의 공저이며 도서출판 삼인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1장의 ‘나라를 통째로 훔치다’의 여불위를 필두로, 6장 ‘도적 떼보다 심한 고통, 세금’의 <이충: 누가 더 백성을 쥐어짜는가>로 편집되어 있다.
옛날에 여섯 가지 종류의 해로운 신하에 자리만 채우는 '구신'(具臣)과 아첨하는 '유신'(諛臣), 이어 간사한 '간신'(奸臣)에 더하여 남을 모함하는 '참신'(讒臣), 그리고 나랏일을 훔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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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나라의 간신 역아는 주군 제환공이 입맛을 잃었다고 하자 세 살배기 아들을 삶아 바쳐 환심을 샀다. 권력을 탐하며 인륜을 저버린 역아는 제환공을 밀실에 감금하고 다른 간신 수초, 개방과 권력다툼을 벌인다./도서출판 삼인 제공 |
이 책은 그러면서 ‘간신들’은 아무나 될 수 없었다며 그 비결(?)을 알려주는데 우선 간신에게도 다음과 같은 기본조건과 필수조건, 실천강령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먼저 기본조건으론 아주 똑똑하고 치밀하고 집요할 것이다.
필수조건엔 절대 사리사욕으로 안 보이게 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실천강령에선 축재와 파당 거짓말과 모함, 아첨과 협박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럼 이쯤에서 희대의 간신들 면면을 잠시 살펴보자.
역아(易牙)는 제 환공이 입맛을 잃었다고 하자 자기 자식을 삶아 요리를 해 바친 희대의 간신이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조고의 지록위마(指鹿爲馬) 간신 짓은 결국 진나라를 어이없이 멸망에 이르게 한 단초였다.
실록까지 손댄 조선의 이이첨은 역사의 간신이었으며 한명회는 수양대군을 부추겨 권력의 정점까지 찬탈했다. 임사홍은 쿠데타 1세대가 낳은 2세대 간신이었고 장희빈의 오빠였던 장희재는 동생과 매제(숙종)을 뒷배로 자기 권력만 믿고 함부로 굴다가 결국 군기시 앞에서 목이 잘려 죽었다.
주지하듯 군주가 깨어있으면 간신이 생기지 않지만, 군주의 자질이 부족하고 어리석으면 그 주변은 온통 간신의 세상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수장을 지낸 서남수 전 장관이 취임 후 16개월 동안이나 한 차례도 대통령(박근혜)와 일대일 대화를 못 했다는 ‘팩트’는 간신들의 서식지 마련이란 부메랑을 자초한 측면이 농후하다 하겠다.
이 책에선 또한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6배나 많은 일본은 교도소 수용 인원이 5만6522명인데 반해 우리는 5만7669명(2016년 말 기준)으로 더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밝히고 있다. 그럼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는 지난 5년 동안 늘어난 생계형 경제사범들의 급증 때문이라고 했다. 만만한 게 뭐라고 서민들이 주 고객인 담배 값을 펑펑 올리고도 시치미 뚝 떼는 모습에서 이미 촛불시위는 그 시작의 발화가 조짐을 보였다는 셈법까지 통용된다 하겠다.
‘그들은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 2인이 역사를 고찰하고 천착하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구성돼 있어 색다르다. 더불어 무식한 사람보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위험하다는 일갈을 잊지 않는다.
왜냐면 그런 사람들이 권력에 빠지면 큰 도둑과 간신까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희빈 장 씨, 즉 장희빈의 이미지는 권력을 지향한 요부(妖婦)와 일종의 간신으로까지 각인돼 지금껏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번 대선의 어떤 화두는 적폐(積弊) 청산(淸算)일 수도 있다. 이 청산에 ‘간신들’을 쓸어 담아야 함은 물론이다. 사리사욕에 눈먼 간신(奸臣) 대신 멸사봉공 마인드의 현명한 간신(諫臣)들이 많아야 국민들도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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