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17.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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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17. 어이

그들도 아버지다

  • 승인 2017-05-01 00:01
  • 홍경석홍경석


“어쨌거나 한 번 뿐인 나의 인생 뭐라고 간섭하지 마라 ~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내 멋대로, 갈 때까지 가보자고 ~ (중략) 뜨거웠던 가슴으로 다시 한 번 일어나 ~ 월화수목금토일 한 번 더 달려봐 ~ 삐까뻔쩍 나도 한번 잘 살아 보자 ~ 블링블링 나도 한 번 잘 살아 보자 ~”

군무(群舞)까지 눈에 확 들어오는 크레용팝의 <어이>라는 노래다. 얼마 전 경비원의 우체국 택배와 등기 대리 수령을 법으로 정하려는 입법이 추진되어 말이 많았다.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에 의해 추진된 이 법안에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수취인에게 우체국 택배나 등기 등 우편물을 직접 배달하지 못할 때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에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자 뒤늦게 이러한 법안 내용을 알게 된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이 민원을 제기했고 국토부도 반대 의견을 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 공람이 돌 때는 몰랐는데 민원을 받고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며 “경비원의 업무에 우체국 택배 등의 수령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계약에 의해 택배 수령 등을 정식 업무로 했다면 모를까 우편법으로 계약 외 일을 의무화하는 것은 경비원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옳은 지적이었다.

지금도 현실적으론 거의 모든 경비원이 택배를 대리 수령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법으로 의무화 하게 되면 택배 분실이나 파손 등 상황에 대한 책임을 경비원이 져야 한다는 현실적 괴리가 발생한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택배분실로 인한 민원이 종종 야기되곤 했다.

그래서 이제는 별도의 택배공간을 마련해두고 경비원은 아예 손도 대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덕분에 택배분실 따위의 원성이나 볼멘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 결국 우체국 택배 수령인이 부재중이면 공동주택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 등에서 대리 수령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주택관리업계 반발로 무산됐다고 한다.

잘된 일이다. “어이”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하는 말이며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그래서 이를 윗사람이나 직장상사에게 썼다간 단박 경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보다 연상의 경비원을 일컬어 “어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호칭의 이면엔 평소 경비원을 홀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의 심리적 모멘텀(momentum)이 작용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자신도 모르게 경비원은 하급(下級)의 인간이란 성향을 편견의 테두리에 감추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관찰은’ 얼마 전 보도된 경비원 관련의 신문기사에서도 드러났다.

요컨대 A 신문은 “격일 밤샘근무 후 죽은 경비원 … 업무상 재해 인정"이라고 쓴 반면 B 일보에선 똑같은 기사를 내보내면서도 망자와 유족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인지 아무튼 “격일 밤샘근무 후 사망한 경비원”이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전자의 경비원에 대한 기사는 ‘어이’처럼 아랫사람에게 쓰는 일종의 폄훼적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경비원을 “어이~”로까지 부르며 괄시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들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한 가정의 우뚝한 남편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다.

그렇잖아도 피곤하고 심신마저 망가지고 있는 경비원의 업무에 우체국 택배 등의 수령 의무까지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반드시 피하고 볼 일이다. 오늘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그렇지만 거개의 경비원들에겐 이날마저 휴일이 아닌 엄연한 근무일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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