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27. 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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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27. 보리밭

아빠의 소망

  • 승인 2017-05-11 00:01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의 가곡 <보리밭>이다. 1952년 6.25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의 피난생활 중 작곡되었다고 한다. 발표 후 오랫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였으나, 1970년대 초반 ‘파초의 꿈’으로 데뷔한 문정선에 의해 리메이크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5월 초의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근무와 맞물린 나는 동행이 불가했다. 다만 여행 뒤에 담아온 사진을 보면서 같이 못 간 아쉬움을 상쇄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의 수확물로 남은 사진에는 전북 고창의 ‘청보리 마을’을 필두로 전주 한옥마을까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푸른 보리밭의 물결이 장관인 청보리 마을의 목가적 풍경은 단연 눈길을 빼앗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보리는 재배식물의 하나로서 높이가 1m까지 자란다.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란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보리는 과거 서민들의 주된 곡식을 담당했다. ‘보릿고개 때에는 딸네 집에도 가지 마라’는 속담도 돋보인다.

이 역시 옛날 춘궁기 시절(보릿고개)에는 누구나 식량 때문에 곤란을 받았으므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이때는 방문을 삼가라는 어떤 지침으로 삼았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잠시 ‘레테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지금이야 보리밥을 건강식으로 먹는 즈음이지만 예전엔 무시로 먹는 밥이 바로 보리밥이었다. 필자가 국민(초등)학교를 다닐 당시엔 학교에서 급식빵을 주었다.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던, 구호용 밀가루를 가지고 만든 빵이라고 했다.

그렇긴 하되 비단 급식의 수혜대상자가 아니라도 조금 더 먹고 싶었던 갈증까지 유발했던 ‘추억의 빵’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조금 잘 살았기에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 급우와 그 빵을 바꿔 먹는 일도 잦았다.

한데 이런 경우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었고 또한 차라리 행복하기까지 한 경우였다. 학교에서 그렇게 급식빵을 받은 오빠(언니)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 생각에 차마 먹지 못하고 하교 후 부리나케 들고 갔던 급우들도 적지 않았으므로.

지금이야 결혼하여 자녀를 하나만 낳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엔 그야말로 ‘줄줄이 사탕’인 양 다산(多産)이 대세였기에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나 또한 학교서 주는 급식빵을 먹었다.

이는 엄마가 없다는 동정의 차원에서 선생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이었다. 이제 ‘보릿고개’를 아는 젊은이들은 없다. 그들은 보릿고개를 알 리도 없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은 정말로 참혹했기 때문이다. 딸과 사위가 청보리 마을에서 찍은 사진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두 사람은 보릿고개를 경험치 않길 소망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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