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28. 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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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28. 열애

투표하다 싸움 났다굽쇼?

  • 승인 2017-05-12 00:01
  • 홍경석홍경석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 흩어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 (중략)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

가사가 자못 듣는 이의 마음속에 활활 타는 잉걸불을 전이시키기까지 하는 윤시내의 <열애>이다. 이른바 ‘장미대선’이 치러진 지난 5월 9일, 전날 오후에 야근을 들어와 아침까지 근무했다. 교대시간이 되자 동료가 출근했기에 물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근하자면 투표도 못 했겠네요?” 그러자 지난 사전투표 때 이미 자신의 맘에 드는 대선 출마 후보자를 찍었다고 했다. “나도 그랬어요.” “그럼 누굴 찍었습니까?”

하지만 결과도 발표되지 않은 중차대한 시기였기에 함구할 필요성이 다분했다. 그건 또한 어떤 천기누설(天機漏洩)의 영역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쯤 하고 귀갓길을 서두르려는데 동료가 첨언했다.

“실은 000을(를) 찍었어요. 근데 이 얘길 아내에게 했더니 왜 그 사람을 찍었냐며 노발대발해서 혼났네요.” 돌아서려던 나의 발걸음도 그만 바닥에 찰싹 붙고 말았다. “듣고 보니 피장파장이군요. 나도 000을(를) 찍었는데 그 얘길 했다가 아내한테 혼났지 뭡니까!”

우린 금세 이뤄진 어떤 ‘동병상련’에 그만 허허~ 웃고 말았다. 공허하게. 퇴근하여 잠시 눈을 붙인 뒤 마나님을 모시고 동네 투표장으로 출발했다. 대단지 아파트 안에 위치한 투표소는 담장에 붙은 대선출마자들의 홍보 포스터 면면을 어느새 무성한 덩굴장미들이 덮고 있었다.

따라서 ‘장미대선’이란 말이 전혀 무색치 않았다. 이윽고 도착한 투표소. 한데 사전투표를 한 덕분과 내리는 빗줄기 때문인지 투표소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잠시 후 아내가 투표를 마치고 나왔지만 누굴 찍었는지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왜냐면 투표는 개인의 소중한 권리인 때문이었다. 또한 가족 간에도 자칫 “투표하다 싸움 났다!”는 소리까지 들은 터여서 부러 입에 자물쇠를 채운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투표는 자신이 선택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열애(熱愛)의 장르다.

열렬히 사랑하는 대상의 그 후보는 유권자의 개성과 소신, 그리고 십인십색의 저변에서 기인한다. 여하간 중요한 건 선거에의 참여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던가.

따라서 ‘내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각오로 빠짐없는 장미대선의 참여는 당연한 국민적 행사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5월 9일 당선된 대통령은 실로 막중한 책무를 등에 지게 된다.

아울러 ‘이 생명 다하도록’ 애국애민의 열정을 마음속에 뜨거운 불꽃으로 가득 피워야 할 것이다. 대통령 임기 내내 불변한 국민적 열애의 대상으로 우뚝하길 소망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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