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35. 내가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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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35. 내가 만일

‘전국 1위’의 딜레마

  • 승인 2017-05-19 00:01
  • 홍경석홍경석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 붉게 물든 저녁 저 노을처럼 나 그대 뺨에 물들고 싶어 ~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어 ~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 ~”

안치환의 <내가 만일>이란 곡이다. 오늘처럼 쉬는 날에도 그러나 한가할 틈이 없다. 투잡으로 하고 있는 시민기자의 취재를 마쳐야 하고, 매달 있는 경비원 사이버교육도 이수해야 하는 때문이다.

매달 본사의 교육담당 부장님께서 찾아와 오프라인 교육을 했던 것이 석 달 전부터 바뀌었다. 따라서 컴퓨터로 해당 사이트에 로그인을 한 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충실하게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중간 중간에 퀴즈를 풀어야 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교육을 마친 뒤엔 시험까지 치러야 한다. 이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지적을 받는 까닭에 여간 스트레스가 아님은 물론이다. 하여 “우리가 경찰 등 전문직도 아닌 터에 왜 이런 걸 만들어서 가뜩이나 힘든 업무를 가중시키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는 동료들의 볼멘소리가 허공을 가르는 즈음이다.

아무튼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사이버교육을 받고 시험까지 치렀다. 그리곤 성적을 살폈더니 100점 만점에 석차(席次)마저 ‘전국 1위’로 표기된 게 아닌가. 순간 묘한 딜레마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이 시험을 치른 당사자가 100점일 경우, 한결같이 그 석차는 나랑 똑같게 전국 1위로 표기되었을 것이었다. 그렇긴 하되 역시나 꼴등보다는 1등이 나은 법이었다. 괜스레 우쭐한 기분이 들면서 잠시 전 공부를 하느라 찌푸렸던 미간이 나도 모르게 밝게 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아울러 ‘내가 만일’ 우 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소년등과라도 했더라면 오늘날의 내 팔자는 과연 어찌 변모했을까 라는 상상의 나래까지 펼쳐지는 걸 제어하기 어려웠다. ‘만일(萬一)’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와 함께, 만(萬) 가운데 하나(一)일 정도로 그렇게 아주 적은 양을 뜻한다.

따라서 설득력과 함께 공감대 형성 역시 어렵다. 마치 매주 큰 기대를 걸면서 산 로또복권이 아니나 다를까 만날 그렇게 ‘꽝’이듯. 최근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주겠다며 돈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혔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꾸며놓은 가짜 사진에 더하여 작위적 당첨 후기 인터뷰까지 올린 12명의 사기꾼 일당들은 그들이 모은 회원 수 1만 9800여 명으로 받은 가입비 등 86억 원이나 갈취했다고 한다.

이를 믿은 사람들이 어이가 없는 건 왜 ‘만일?’이란 의문을 갖지 않았느냐는 사실의 지적이다. 모든 게 마찬가지겠지만 이 세상엔 그 무엇도 공짜가 없다. 따라서 ‘내가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된다면 그 거액으로 무엇부터 할까?!’라는 상상 역시 만일의 테두리 내에서 고려하고 볼 일이다.

그렇긴 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로또에 당첨되어 딱 9억 원만 받고 싶다. 그러면 아들과 딸에게 3억 씩 분배하고 나머지는 아내에게 주고자 한다.

“여보, 이 가난뱅이랑 사느라 고생 많았지? 이 돈으로 당신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런데 지지리 복도 없는 나에게 그런 행운이 날아든다는 건 만일이 아니라 전혀 없을 것임에 꿈조차 불경스럽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내가 만일 구름이라면 그댈 위해 비가 되겠어’ 라는 이 노래처럼 내가 우리 가족을 항상 사랑하는 마음이나마 알아준다면 그걸로 만족하리라.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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