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36. 돌아오지 않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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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36. 돌아오지 않는 강

텅 빈 청와대 컴퓨터 유감

  • 승인 2017-05-19 00:01
  • 홍경석홍경석
▲ 출처=http://biumgonggan.tistory.com
▲ 출처=http://biumgonggan.tistory.com


『일성록(日省錄)』은 1752년(영조 28)부터 1910년까지 조선 국왕의 동정과 국정을 기록한 일기다. 이는 또한 세손 시절부터 자신의 언행과 학문을 기록한 조선의 22대 왕 정조의 “나는 날마다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해 반성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 151년간의 국정에 관한 제반 사항들이 기록되어 있는 일기로, 총 2,329책에 달하는 방대한 문헌이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관리하고 있는 일성록은 왕의 입장에서 편찬한 일기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공식기록이다.

정조는 각종의 기록을 집대성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여 국가의 의례에 이용된 문장 외에도 신하들의 상소문까지 종류별로 모아 책으로 엮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매일 자신의 일을 기록하는 것에도 철저하여 많은 기록을 남겼다.

작년 가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록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벌였다. 내용인즉 역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개인 활동 등 관련된 기록물을 확보하고 이를 보존하여 후대에 값진 문화유산으로 돌려주고자 관련 기록물을 기증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가 보관하고 있던 전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야당 총수 시절 사진을 찾아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이후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감사장까지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금 불거진 문제가 ‘청와대의 텅 빈 컴퓨터’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논란은 전임 박근혜 정부가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간에 각종의 자료를 남겨두지 않았음에서 기인한다. 물론 상당수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곤 한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이 이를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경우, 15~30년까지 공개가 안 된다는 현실적 구속력을 지니고 있어 난감하기는 매일반이다. 현행법상 청와대에 각종의 기록 등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식의 강제규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맹점’은 신임 대통령과 각료들의 전 정부 실정(失政)의 반면교사 차원에서의 살핌과 열람까지 금지하고 있기에 법령정비가 시급하다.

“당신의 눈 속에 내가 있고 내 눈 속에 당신이 있을 때 ~ (중략)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었네.” 조용필의 <돌아오지 않는 강>이다. 돌아오지 않는 강은 짐짓 ‘루비콘 강’을 연상케 한다.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동부를 동류(東流)하여 아드리아해(海)에 흘러들어가는 작은 강이다.

로마 공화정 말기, 폼페이우스의 사주를 받은 원로원이 갈리아에 있던 카이사르에게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위기를 느낀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를 추대한 원로원의 보수파에 대항하여 내란을 일으킨다.

그리곤 로마로 진격하기 위해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는 아울러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말까지 회자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된 일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의 뜻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까지 되었다.

텅 빈 청와대의 컴퓨터는 과거의 ‘일성록’과도 사뭇 배치(背馳)되는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입장이다. 조선의 왕들은 후대의 왕이 자신의 잘잘못을 거울삼으라는 취지에서 그처럼 열정적으로 일성록을 남겼을 것이었다.

정권이 바뀔 적마다 텅 비어있는 청와대의 컴퓨터는 ‘루비콘 강’을 건넌 양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대략난감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또한 가수 싸이의 “완전히 새됐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새로운 정권인수팀이 몹시 황당한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주체자를 원망할 때 쓰며, 형용사적 용법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새되다’가 아닐 수 없다.

비난은 짧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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