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40. D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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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40. DJ에게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 승인 2017-05-25 00:01
  • 홍경석홍경석


절친한 후배가 술을 샀다. 중앙시장의 통닭집을 나오는 순간이었음에도 2차가 고팠다. “우리 모처럼 노래방에 가자꾸나. 내가 낼게.” 은행동으로 자리를 옮겨 노래방에 들어섰다.

진짜 맥주는 안 판다며 ‘이실직고’하기에 음료만 두 병 시키곤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완 사뭇 달리 숨이 가빠져서 선곡하는 데도 주의가 필요했다. 노래방의 벽면엔 거길 찾는 사람들이 자주 부른다는 소위 인기 가요 리스트가 불어 있었다.

거기엔 나훈아의 ‘홍시’도 들어있었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가요다. 그렇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무척 싫어한다. 마치 윤시내가 부른 에 등장하는 가사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라는 하소연처럼 그렇게.

2016년에 방송된 ebs 다큐영화 <길 위의 인생> 중 ‘미얀마 물장수, 엄마의 꿈’이란 프로그램을 최근 유튜브를 통해서 봤다. 미얀마의 오지마을인 랴웅핀. 여기서 물장수를 하는 35세 아낙 베이비는 어느새 6명의 아이들을 둔 엄마다.

그녀의 큰딸 ‘모나진’은 양곤으로 나가 식모살이를 하며 살고 있다. 큰 아들 ‘얄링퉁’과 둘째아들 ‘치소헤’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엄마를 도와 물수레를 끌고 다닌다.

불교국가인 까닭에 미얀마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시켜야 하는 신쀼(일정기간 동안 승려체험을 하는 것)도 돈이 없어 못하고 학교조차 못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 엄마는 툭하면 운다. 헛헛한 마음에 몇 년 만에 가까스로 찾아간 친정집에서조차 냉대를 당한 그녀는 다시금 눈물을 뿌리며 돌아선다.

그녀의 찢어지는 마음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의 누적과는 달리 그녀의 남편은 무위도식하면서 술이나 퍼마시고 돌아와 잠이나 자기 일쑤다. 가장이 그처럼 돈 벌기를 포기하니 그녀의 고생은 앞으로도 훤하다.

다만 그녀의 바람은 자식들이 다 잘 되길 소망하는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객지에 나가 돈을 버는 큰딸은 자신이 번 돈을 모두 엄마에게 송금하는 등 그 효심이 마치 심청의 뺨을 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 또한 눈물이 마구 흘렀다.

모름지기 엄마라고 한다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 허나 나의 경우는 과연 어땠는가!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는 나의 생후 첫돌 무렵 영원히 우리 부자의 곁을 떠난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미움의 대상으로 각인될 따름이다.

이버지가 가장의 임무를 방기할 경우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게 가난이다. 어머니가 자녀에 대한 사랑을 거두면 아이들은 성정의 불안과 함께 일탈(逸脫)의 위험까지 수반할 수 있다.

힘들게 노래를 부르며 1시간을 얼추 채울 무렵이 되자 보너스라며 30분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들어왔다. “기운이 없어서 더 이상은 도저히 못 부르겠다, 나가서 술이나 더 마시자.”

후배도 헐떡이면서 동의했다. “예전엔 힘든 노래도 능숙하게 잘 불렀거늘 이젠 늙어서 그런지 힘들어서 노래방도 못 오겠다. 그나저나 고향의 어머님께선 무고하시지?”

“이젠 연로하셔서 늘 약으로 사셔유.” “어쨌든 어머님은 생존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 더 잘 해 드리거라.” 고개를 끄덕이는 후배의 모습이 보름달보다 고왔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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