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41. 고향에 찾아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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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41. 고향에 찾아와도

학력의 침소봉대 유감

  • 승인 2017-05-26 00:01
  • 홍경석홍경석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드뇨 ~ 두견화 피는 언덕에 누워 풀피리 맞춰 불던 옛 동무여 ~ 흰 구름 종달새에 그려보던 청운의 꿈을 ~ 어이 지녀 가느냐 어이 세워 가느냐 ~”

1958년도에 발표되어 최갑석이 부른 <고향에 찾아와도>이다. 지역명문 대전고등학교가 지난 5월 20일 영광의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대전고 교정에서 열린 기념식에 이어 시가지에서 열린 퍼레이드도 볼만 했다.

대전고 총동창회는 충무체육관에서 7000여 명의 동문과 함께 개교 100주년을 축하했다. 이어 지역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그만 도움이나마 주기 위해 대전, 세종, 충남지역 저소득 소외계층 100명에게 각각 100만 원(도합 1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병행하여 잔잔한 감동까지 안겼다.

대전고등학교를 지나치노라면 정문 우측의 게시대에 걸린 ‘축! 00회 동문 00부 장관 입각’이라는 등의 현수막을 쉬 볼 수 있다. 이는 대전고가 그만큼 명문고라는 입증의 과시하는 생각에 적이 부럽기 그지없다.

지금이야 필자의 고향인 천안에도 천안중앙고와 천안북일고 등 소위 명문고가 즐비하다. 그렇지만 과거엔 천안고가 단연 명문고로 손꼽혔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그 학교에 진학하길 희망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파편의 가정사와 극심한 생활고 따위로 인해 고입은커녕 필자의 경우와 같이 중학교 입학마저 봉쇄당한 채 지금껏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 또한 부지기수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을 이끌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발탁되었다.

그러자 언론매체마다 ‘흙수저 출신으로 고졸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부친이 미곡 도매상을 한 까닭에 어려선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극심한 가난이 닥쳤다고 한다.

이후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면서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덕수상고 재학시절인 17살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공부에 대한 갈증이 컸던 그는 야간대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이의 한을 풀었다. 뿐만 아니라 낮엔 은행원으로 일하고 밤엔 공부한 끝에 25살이던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따라서 이는 분명 입지전적 인물이란 표현이 맞다.

하지만 고졸 뒤 분명 대학을 다녔고, 또한 졸업까지 하였으므로 언론의 ‘고졸신화’ 운운이란 언론의 보도는 학력의 침소봉대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왜냐면 이는 과거의 국제대, 즉 현재의 현 서경대학교에 대한 예의도 아닌 때문이다.

서경대학교는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소재한 대학이며 7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에서 자꾸만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고졸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보도한다면 서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서 자칫 “그렇다면 우리 대학은 대학도 아니라는 거야 뭐야?”라는 핀잔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때문이다.

이러한 보도는 또한 고졸 학력을 지닌 사람들을 은근히 비하 내지 폄훼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수도 있음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옳다는 생각이다. 만약을 전제로 하지만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 전태일 열사가 지금껏 살아있어서 문재인 정부에 의해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되었다면 이는 분명 ‘초졸도 못한 인물의 입지전적 신화 창출’이란 보도가 온당하다.

이런 관점에서 엄연히 ‘대졸’인 김동연 후보자를 여타의 언론과 방송에서도 무분별하게 ‘고졸’로 일괄 보도하는 건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태에도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달에 한 번 고향의 죽마고우들 모임에 이어 두 달마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린다.

이곳 대전에서 함께 출발하는 동창들은 지금도 고향인 천안에 본가 내지 형제들이 거주하는 집이 있다. 따라서 혹여 늦는 경우엔 거기서 자고 이튿날에 와도 된다. 반면 나는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던 고향이 아님은 물론이며 쪽잠이나마 잘 수 있는 공간마저 전무하여 유감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현직 대학교 총장직이라면 능력은 물론 학력까지 매우 뛰어난 인물이 아니면 그 직책을 감당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비록 상고와 야간대 출신이라곤 하지만 부총리직 임명에까지 오른 김 후보자를 두고 ‘흙수저 신화’라느니 ‘고졸신화’도 모자라 ‘인간승리 드라마’라며 대서특필하는 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지상주의 때문이자 일종의 포퓰리즘 침소봉대 보도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고졸은 사람도 아닌가?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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