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42.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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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42.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아내는 성자

  • 승인 2017-05-27 00:01
  • 홍경석홍경석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 돈보다 더 귀한 게 있는 걸 알게 될 거야 ~”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이다. 오는 가을이면 우리부부는 결혼 36주년을 맞게 된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외국여행을 한껏 즐긴다. 하지만 내가 결혼했을 당시엔 언감생심이었다. 외국은 고사하고 입때껏 제주도조차 못 가봤다. 아내와 예식을 올린 뒤 우리가 신혼여행을 간 곳은 충북 보은의 속리산이었다.

허름한 여관방의 셈을 치른 뒤 근처의 식당에서 산채백반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튿날엔 법주사에 들어가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은 저희가 찢어질 듯 가난하지만 후일엔 부디 떵떵거리며 잘 살게 해주시길 부탁 올립니다!’

세월은 여류하여 아이들은 서른이 넘은 성인이 되었다. 경기도 화성과 서울서 사는 아들과 딸은 제 밥벌이의 깜냥까지 출중하여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늘 그렇게 아이들의 무탈을 기도한다.

그런 모습을 보자면 아내가 사랑스럽다 못해 때론 성자(聖者)인 양 그렇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울러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의 가사처럼 우리 부부가 마음먹은 대로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생활고를 겪고는 있으되 돈보다 더 귀한 게 있는 걸 알게 되곤 한다.

그건 바로 올바르게 성장한 자녀 이상의 ‘든든한 재산’은 없다는 사실의 발견이다. 요즘 신문을 보자면 하단에 실린 외국행 크루즈 여행광고가 눈길을 잡는다. 아이들은 내가 회갑을 맞는 해에 크루즈 여행을 보내준다고 했다.

때문에 이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배까지 부르다. ‘그럼 어디부터 갈까? 일본? 아니면 러시아? 중국은 어떨까?’ 하지만 막상 해당 연도가 되어 실제로 외국여행의 티켓이 손에 쥐어진다면 나와 아내는 과연 그 여행을 흔쾌히 다녀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고가의 여행인 까닭에 아이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는 심적 거리낌이 단초다. 다음으로 고삭부리 아내는 아들의 차에 올라도 불과 두어 시간만 지나도 통증을 호소한다. 이러한 까닭에 며칠이나 되는 장기간의 해외여행은 사실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아이들 덕분에 회갑기념 여행을 잘 다녀왔노라며 주위에 자랑을 뻥뻥 할 수 있을까. 한 번도 가지 못한 제주도도 좋으리라. 그곳마저 멀어서 아내가 손사래를 친다면 가까운 서천이나 보령의 바다가 낫겠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해외여행은 안 간다는 거잖아?” “그야 그렇지, 하지만 과거에 나는 중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 아내는 비록 북한이지만 금강산에 다녀왔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 대북정책이다.

한데 이 안이 실현되자면 북한이 현재와 같은 핵 실험 등의 도발을 중지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곤 안심하고 금강산 여행을 우리 부부도 함께 갈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는 어떤 ‘닭보다 꿩’이 아닐까 싶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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