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50. 쿨하게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150. 쿨하게

민속씨름과 위장전입의 간극

  • 승인 2017-06-03 00:01
  • 홍경석홍경석


현대인들은 먹고사느라 늘 그렇게 바쁘다. 그래서 ‘명절’이라고 해봤자 고작 설날과 추석 말고는 생각의 외곽에 두는 경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이 중간에 단오(端午)가 포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4대 명절(우리나라 3대 명절은 설날, 단오, 추석을 말하며, 4대 명절은 한식을 포함한다)의 축에 드는 단오는 음력으로 5월 5일에 닿는다. 단오는 ‘단오물 잡으면 농사는 다 짓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로 정의된다.

이날이 되면 씨름과 그네뛰기 등의 민속놀이가 눈에 띄며 단옷날을 일컬어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수리란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는 뜻으로, 이것을 합치면 ‘높은 신이 오시는 날’이란 의미라고도 하니 복권을 사서 당첨되길 간절히 비는 것도 필요하겠지 싶다.(^^;)

예부터 단오에는 많은 의례가 행해졌다. 궁중에서는 신하들이 단오첩을 궁중에 올렸고, 공조와 지방에서 부채를 만들어 진상하면 임금이 이를 신하들에게 나누어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단오에는 창포를 넣어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다.

지금의 샴푸 역할을 한 창포물은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발을 선사했다니 조상님들의 지혜를 새삼 발견할 수 있다 하겠다. 단오의 명절식으로는 수리취떡과 앵두화채가 돋보인다.

수리취떡은 멥쌀가루와 수리취(또는 쑥)를 섞어 만드는 푸르고 둥근 떡이다. 앵두는 여러 과실 중에 가장 먼저 익으며, 단오절이 한창 제철이다. 이 즈음 앵두를 따서 깨끗이 씻고 씨를 빼서 설탕이나 꿀에 재워 두었다가, 먹을 때 오미자 국물에 넣고 실백을 띄워내는데 이게 바로 단옷날 민가에서 즐겨 만들어 먹던 청량음료다.

또한 단옷날은 봄철의 큰 명절인 만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즐겼다. 단오에는 주로 여성들이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뛰었으며 장정들은 넓은 마당에서 씨름을 하며 승부를 겨루었다. 씨름은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힘과 재주를 부리어 먼저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우리 고유의 운동이다.

또한 어떤 대상을 극복하거나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힘을 쏟거나 끈기 있게 달라붙음을 뜻한다. 따라서 씨름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5월 30일 대전시 동구 판암동 대전쌍청회관 특설씨름장에서는 ‘제10회 대전동구청장기 민속씨름대회’와 ‘제16회 판암골 단오 한마당’ 축제가 멋들어지게 펼쳐졌다.

단오국수 나눔잔치와 특설무대에서의 공연 외 씨름장에 출전한 장정들의 겨룸은 단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압권이었다. 씨름은 승자와 패자가 금세 드러나는 경기다. 아울러 그야말로 ‘쿨하게’ 그 승패를 순순히 인정하고 승복하는 스포츠라서 더욱 맘에 와 닿았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내게 말하지 ~ 그냥 내 뜻대로 살순 없는 건지 ~ (중략) 너와는 달라 폼나게 살고플 뿐 Cool하게 ~ 가슴은 뜨겁게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세상 Cool하게 ~ 그렇게 굽실대면서 살진 않겠어 난 ~ 한 번 아니라면 그건 아닌 거지”

마야의 <쿨하게> 라는 가요다. ‘쿨하다’는 영어 쿨(cool)에서 나온 용어로, '멋'의 개념이 들어간 상황과 '뒤돌아보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감정 소비는 바보짓이다'라는 식의 사고로 대변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조각 과정에서 다시금 일부 장관(급) 임명자에 대한 위장전입이 설왕설래를 불러왔다.

이에 대하여 군색하게 변명하느니 씨름과 가요의 그것처럼 ‘쿨하게’ 인정하는 건 어떨까. ‘쿨하게’의 대척점엔 ‘내로남불’이 있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다”의 준말이다. 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한 뒤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는 말이다.

한데 이는 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정작 자신이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까지 합리화하는 모습을 지칭하는 것이다. 고로 그 자리에서 흔쾌히 승패를 인정하는 씨름과도 크게 반하는, 심히 부끄러운 자기합리화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3. 천안어린이꿈누리터, '2026 찾아가는 팝업놀이터' 본격 운영
  4.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5.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1. 공군2여단, 호국보훈의 달의 맞아 국가유공자 초청 행사 실시
  2.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3. 연암대, 연암리빙랩 어드벤처디자인 경진대회 개최
  4. 한기대,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서 글로벌 창업 꿈 키운다
  5.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영준)은 18일 제35번째 '칭찬배달통' 수상자로 회계과 이형근 주무관을 선정하고 전달 행사를 개최했다.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