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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다니지 좀 마. 술은 멀리 좀 해 봐 ~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니 ~ 정말 웃음만 나와 ~ 누가 누굴 보고 아이라 하는지 정말 웃음만 나와…” 아이유와 슬옹이 함께 부는 <잔소리> 라는 노래다.
‘잔소리’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개인적으론 이 잔소리 외에도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을 가장 경멸한다.
사람이 이 풍진 세상을 살다보면 간혹 실수도 하는 법인데 그걸 노려서 마치 사골 곰탕을 우려먹듯 몰아치는 사람이 없지 않다. 어제도 퇴근길에 지인과 술을 나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그러나 소주를 한 병에 2천 원만 받는 실로 '착한 식당'이었다.
이에 감격하여 두 병을 맥주 컵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고 나왔다. 그러고도 모자라 집에 와서는 소주를 한 병 더 추가했다. 하지만 아내는 잔소리는커녕 군말조차 없이 안주를 챙겨주었다. 이에 화답(?)하여 나 또한 묵묵부답 술만 들이켜곤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매팔자는커녕 쥐벌이 남편이 돈도 못 벌면서 허구한 날 술이나 ‘처먹고’ 귀가하는 꼬락서니를 좋아하는 아낙은 없다. 그럼 왜 아내는 마치 성인군자인 양 아녀자의 어떤 전매특허인 잔소리마저 상실한 것일까? 이는 그만큼 삶의 궁싯거림에 그만 지친 때문이지 싶다.
어차피 츱츱스런 남편이거늘 여기에 구태여 잔소리를 추가해봤자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제 와서 어쩔 거냐며 체념한 그런. 한데 과거의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결혼 전부터 살뚱맞았던 아내는 지금도 자기 할 말에 거리낌이 없는 당찬 아낙이다.
이에 들깝작거리는 뒷갈망 부재의 남자, 특히나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을 하필이면 우리 집 앞에 똥을 싸게 하곤 달아나려다 딱 걸린 허투루 남자라고 하면 이건 바로 ‘주먹뺨’ 감이다. 불과 서너 해 전만 해도 아내의 잔소리라면 치를 떨었다.
그러다가 건강이 악화되면서 덩달아 증발한 게 바로 아내의 잔소리다. 반면 지금도 아이들 걱정이라는 장르에 이르면 여전히 잔소리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우리 딸에게 김치랑 깻잎절임 따위의 반찬 좀 수북하게 만들어서 보낼까?” “아들이 내년에 이사를 한다는데 당신은 뭘 선물할 껴?”
이따금 소나기처럼 몰아치는 아내 잔소리를 듣노라면 마치 부춛돌에 올라 일을 보는데 휴지 대신 물을 양동이 째 쏟아 붓는 듯 하여 무엇으로 눙쳐야 할지 곤혹스럽다. 따지고 보면 아내의 잔소리는 정겹다.
그러한 관심은 어떤 대상에게 하는 대화이자, 또한 경험과 정서에서 기인하는 때문이다. “술은 작작 마시고 일찍 집에 와, 이 웬수야!”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는 이 남편에게 사이다처럼 톡 쏘았던, 분실된 아내의 잔소리가 새삼 흐붓하게 그립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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