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53. 내가 제일 잘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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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53. 내가 제일 잘 나가

2만 원짜리 손목시계 안 부끄러워

  • 승인 2017-06-07 00:01
  • 홍경석홍경석


신문 외에도 매달 여성 월간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이는 아내를 고려한 이 남편의 조그만 배려다. 한데 최근 그 여성지의 광고를 보다가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남성과 여성의 손목시계 가격이 천만 원대를 훌쩍 넘는 고가였기 때문이다.

‘와! 이런 걸 손목에 차고 다니는 사람은 대체 뭘 해서 돈을 버는 걸까?’ 또한 ‘이처럼 비싼 시계를 차다가 분실이라도 한다면 아까워서 어쩌려고?’라는 생뚱맞은 걱정까지 교차했다. 나도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출근한다. 이는 출입자의 입출시간을 기록해야 하는 때문이다.

물론 휴대전화에 내장된 시계를 봐도 되지만 충전 중에 일일이 살피는 게 귀찮아서 손목시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만 박봉의 경비원스럽게 나의 손목시계 가격은 고작 2만 원짜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다.

시계는 오로지 그 본연의 목적에 맞게 시간만 잘 맞으면 되는 거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전재만 씨가 한 유흥업소 여성에게 무려 46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인들의 입에서 침이 분주하게 튀었다.

주지하듯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사형과 추징금 2258억여 원을 확정 받았으나 “전 재산은 29만 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온 전력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돋보기를 들여다 대면 아버지는 29만 원밖에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반면 아들은 돈을 물 쓰듯 했다는 방증이 성립되는 셈이다.

하기야 전재만 씨가 자신의 부친 권력 덕분에 결혼을 잘한 건 사실이라고 한다. 모 그룹 회장의 장녀와 결혼할 당시 그는 장인으로부터 결혼 축하금 명목으로만 무려 160억 원 규모의 채권을 건네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고급주택가에도 100억 원대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장인이 준 거라고 하니 말 다 했다. 반면 막서리처럼 살아온 이 가난뱅이 필부는 결혼하고서도 상당 기간 반 지하의 월세서 탈출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시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은 처갓집을 흉보자는 건 결코 아니다. 어쨌거나 자신의 부인도 아닌 유흥업소 여성에게 460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전두환 씨의 삼남은 그렇다면 평소의 씀씀이가 어느 정도일지에도 관심의 레이더가 가동되는 듯 싶다.

걸 그룹 2NE1은 <내가 제일 잘 나가>에서 “누가 봐도 내가 좀 죽여주잖아 둘째가라면 이 몸이 서럽잖아 ~ 넌 뒤를 따라오지만 난 앞만 보고 질주해 ~”라며 자못 도발적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공한 자녀를 두고자 한다. 그래서 덩달아 자신의 위상까지 올라가는 노년을 가장 동경한다. 반대로 아들이든 딸이든 아버지의 체면까지 구기는 작태의 자식이라고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내 비록 겨우 2만 원짜리 손목시계를 찰지언정 거리낌은 없다. 여전히 자신의 위치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잘 하고 있는 아들과 딸은 나름 ‘내가 제일 잘 나가’의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나 또한 매사 열심에 더한 치열을 담보로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신앙으로 삼고 있음은 물론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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