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63. 물 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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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63. 물 좀 주소

내가 블로그를 안 하는 이유

  • 승인 2017-06-17 00:01
  • 홍경석홍경석


작년 봄 사랑하는 딸이 목련처럼 희고 고운 면사포를 썼다. 장소는 서울대 연구공원 웨딩홀. 친구와 지인들도 대거 참석하여 결혼식의 분위기는 한여름의 열기만큼이나 후끈 달아올랐다.

예식 전에 온 지인들 중 일부는 “말로만 듣던 서울대학교인지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경도 잘 했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꺼냈다. 서울대엔 각종의 시설물이 가득한데 그중 하나가 ‘관정도서관’이다.

이는 관정(冠廷)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의 쾌척으로 말미암아 지어진 건물이다. 이 건물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은 ‘기부 왕’으로도 불리는 이종환 회장님께서 별도로 운영하는 장학재단으로부터 딸 또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한 때문이다.

이 회장은 1959년 삼영화학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해 50년 가까이 국내 석유합성수지 가공제품산업을 선도한 기업인이다. 2000년 10억 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장학생 7000여 명을 지원하고 서울대 제2중앙도서관(관정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자그마치 사재 1조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말이 좋아 기부지, 기실 이처럼 기부를 마치 ‘물 쓰듯’ 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러하거늘 이 회장님의 종친이라는 자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그 이 회장님을 적시하며 “가짜 기부천사”라느니 “일본군 군가를 부른다”는 따위의 근거 없는 비방 글을 올리다 그예 법의 심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배심원들의 분노까지 불끈 유발하는 바람에 징역 5년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당사자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기는커녕 오리발을 내미는 등 부인을 거듭하자 검찰의 징역 3년 구형을 넘어선 중형이 선고된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SNS시대가 더욱 착근되면서 최근의 악플 경향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최호식 호식이 두 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이를 도와준 여성에게 도리어 ‘꽃뱀’이라는 등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반증이다.

이러한 ‘아픈’ 경험은 필자에게도 있다. 언젠가 어떤 네티즌이 오토바이 운전자도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운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교통사고 등을 우려하여 반대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그러자 심지어 자신의 자녀까지 동원한 악필을 계속하여 올리는데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이후론 정나미가 떨어져 블로그 폐쇄와 더불어 어떠한 이슈일지라도 가급적이면 댓글조차 달지 않는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 ” 한대수의 <물 좀 주소>이다. 이종환 회장님처럼 천사 같은 분을 악플로 비난하는 후안무치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선플’을 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 선플은 목 마른 길손에게 건네는 시원한 생수와도 같다. 우리는 은연중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말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이나 글을 아무렇게나 쉽게 내뱉는다면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과연 어찌 되겠는가?

고운 말과 글은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킴과 동시에 기분까지 향기로운 봄날로 만든다. 반면 나쁜 말(글)은 이 회장님 종친의 경우와 같이 강력한 법적 처벌까지를 불러올 수 있는 자충수의 부메랑이다.

또한 말과 글로 입은 상처는 평생을 가는 법이다. 한대수의 노래가 이어진다. “물 좀 주소 ~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 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 이 지독한 가뭄에 모두가 갈망하는 푸짐한 비(雨)만큼이나 선플이 그리운 즈음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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