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65. 밥만 잘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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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65. 밥만 잘 먹더라

참 고마운 대청댐

  • 승인 2017-06-19 00:01
  • 홍경석홍경석


동네 마트에 간 아내가 쌀도 주문했다. 배달하시는 분이 땀을 뻘뻘 흘리며 20킬로그램 쌀을 어깨에 지고 오셨다. “더운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원한 음료라도 하나 드리고자 냉장고를 여는 사이 하지만 그분은 홍길동처럼 금세 사라졌다. 쌀을 한 번 구입하면 우리 부부가 얼추 두 달은 먹는다. 따라서 쌀처럼 가격이 싸고 고마운 게 또 없다. 쌀을 제외한 각종의 물가 역시 쌀을 닮아서 ‘착하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쌀은 예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소중한 식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主食)인 쌀을 일컬어 흔히 미(米)라고 한다. 이는 그 원천인 벼가 쌀로 온전히 성장하자면 농부의 정성이 무려 88번이나 손이 가는 곡물이란 뜻이다.

때문에 지금도 밥을 남기면 어르신들께선 야단을 치신다. “이게 다 농부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귀한 식량이거늘 왜 남기는 겨?” 쌀을 귀히 여긴 정서는 ‘생쌀을 먹으면 어머니가 죽는다’ 거나 ‘흘린 밥알을 쥐나 새가 먹으면 어머니가 눈을 뜨고 죽는다’는 따위의 무서운(!) 금언까지 만들어 냈다.

우리사회의 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쌀의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네 주식은 단연코 쌀이다. 치킨이나 피자, 고기 등을 아무리 배불리 먹었어도 마무리로 밥을 추가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우리 모두 애초 백의민족, 아니 ‘미(米)의 민족’인 까닭이지 싶다.

따라서 우리네 식습관이 아무리 서구화로 변화한다손 쳐도 수천 년간 함께 해온 쌀과의 인연을 떨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쌀의 소비를 증대시키는 방법으로 식당에서 손님들이 추가 공기 밥 주문 시 1천 원을 더 받지 않는 ‘아이디어’는 어떨까?

지금이야 쌀이 흔하고 그래서 덩달아 홀대받는 즈음이지만 쌀이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겨우’ 조선시대부터라고 한다. 고로 그 이전까지 대다수 백성들은 쌀밥을 먹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여 조선시대의 정부에선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농(勸農)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쌀에게 화폐로서의 귀한 가치까지를 부여했음은 물론이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쌀농사를 위해선 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제 대청댐을 찾았다. 대청댐은 대전의 ‘대’와 청주의 ‘청’자를 따서 <대청댐>으로 작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전국이 가뭄으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난리다. 하지만 대청댐은 여전히 풍부한 저수율을 자랑하며 교교한 자태까지 뽐내고 있었다.

덕분에 대전과 인근의 농부들은 가뭄 걱정에서 해방되었음은 물론이다. 대청댐은 충남의 ‘빛나는 보석’ 금강의 본류(本流)를 가로지르고 있다. 1975년 3월부터 1981년 6월 사이 건설부가 산업기지개발공사에 위탁하여 건설한 대청댐은 금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댐이다.

충분한 저수용량으로 말미암아 대전과 충남, 청주와 충북 외에도 심지어 군산과 전주 등 유역 내외 인접 도시에까지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명실상부의 ‘효자 댐’이다. 주지하듯 댐 본연의 기능은 가뭄의 해소 및 홍수의 조절이다.

따라서 대청댐이 없었더라면 당면한 가뭄에 과연 어찌 견딜 수 있었을까 라는 걱정이 대청호의 푸른 물결 위로 겹쳐졌다. 더불어 지독한 가뭄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고 있다는 충남권 농민들의 고충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댐이나 저수지가 없는 지역의 농사는 전적으로 천수답(天水畓)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은 상식이다. 그래서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는 말도 있는 것이리라. 넉넉한 수량의 대청댐을 보면서 새삼 물의 소중함과 절박성을 상기(想起)하는, 어떤 ‘두 마리 토끼’의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 한 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 창민 & 이현의 <밥만 잘 먹더라>라는 노래다. 맞다. 밥만 잘 먹으면 사랑이 떠나가도 고작 한 순간뿐이다.

한데 그 밥을 잘 먹자면 가장 급한 건 뭐? 바로 극심한 가뭄의 해소이다. 가뭄은 쌀농사 자체까지 붕괴시키는 고약한 도둑이다. 스크루지 영감보다 인색한 장마가 절실하게 그립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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