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71.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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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71. 인연

자식 버리면 천벌 받는다

  • 승인 2017-06-25 17:00
  • 홍경석홍경석


얼마 전 자신이 낳은 아이 2명을 집 냉장고 냉동실에 1년 넘게 유기한 30대 김 모 여인이 경찰에 구속되었다. 이처럼 ‘엽기적인 그녀’는 2014년 9월과 2016년 1월 각각 출산한 두 영아를 동거하던 남자의 집 냉동실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데…….

이 같은 범행을 경찰이 추궁하자 그녀가 말하길 지금 동거 중인 남자로부터 생부가 확실치 않은 아이들의 ‘출처’를 추궁 받고 아울러 헤어지자고 할까봐 두려워 출산과 시신 유기 모두를 숨겼다는 것이다.

평소 몸가짐을 계명워리처럼 했으니 저랬지 싶어 혀를 차면서도 남도 아닌 자신의 배로 낳은 두 아이를 그처럼 방기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붉은 수수밭>으로 평론가들까지 놀라게 한 장예모 감독의 중국영화 <국두>는 명불허전의 여배우 공리의 찬란한 연기력을 새삼 발견할 수 있는 수작이다.

염색 공장주인 양금산은 50이 넘은 나이건만 젊은 처녀 국두(공리)를 돈으로 사온다. 하지만 사랑은커녕 엽기적인 행위와 폭행 등으로 만날 못살게 군다. 공장에서 일하며 매일 아침 국두의 아름다운 모습을 훔쳐보던 금산의 조카 천청은 상처투성이인 그녀에게 사랑과 숙부에 대한 분노를 함께 느낀다.

금산이 집에 없는 어느 날 천청과 국두는 용서할 수 없는 사랑을 맺는다. 그리고 다음해 여름, 후일 비극의 씨앗이 되는 아이 천백이 태어난다. 이후 중풍으로 쓰러진 금산은 천백이 자기 아이가 아닌 것을 알고 절망의 늪에 빠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천청과 사랑을 나누는 국두는 천백과 놀던 금산이 실수로 염색통에 빠져 죽어가는 데도 천백이 웃으면서 이를 방관하는 모습에 경악한다. 자신의 아들임에도 이를 밝힐 수 없는 천청은 천백을 접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반면 자신의 엄마가 천청과 불륜의 관계임을 진작 인지한 천백은 증오심을 키우다가 결국엔 자신의 실질적 아버지인 천청까지 염색통에 빠뜨려 죽인다. 이 영화를 에둘러 끄집어내는 건 자신이 낳은 아이 2명을 냉장고에 유기한 ‘엽기적인 그녀’를 대비(對比)하기 위함에서의 포석이다.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 다시 보게 되는 그날 ~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 이선희의 <인연>이다. 인연(因緣)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임과 동시에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을 의미한다.

부자와 모자간의 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필연(必然)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이를 거역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당위성을 지닌다. 마치 붓과 벼루를 준비하지 않으면 글이나 그림을 남길 수 없는 또 다른 필연(筆硯)인 양 그렇게.

평소 자연 다큐 프로그램을 애청한다. 그래서 얘긴데 세상의 그 어떤 동물도 자신이 낳은 새끼(자식)는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이선희의 이어지는 노래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생에 못 다한 사랑 이생에 못한 인연 ~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다시는) 나를 놓지 말아요!”

<국두>에서 자신의 ‘두 아버지’를 죽인 천백은 어쩌면 ‘엽기적인 그녀’로 말미암아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저승으로 떠난 두 영아의 환생(還生)일 수도 있다. 자식을 버리면 천벌 받는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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