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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행복한 척했지만 가면 속 나는 울고 있었다. 서정희, 1980년 열여덟의 나이에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녀는 서구적인 마스크와 청순함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30여 년 이상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독보적인 모델이었다.
그녀의 재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가 입는 옷, 사용하는 생활용품, 라이프스타일은 하나하나 대중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삶과 리빙, 종교에 관한 책들을 출판,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늘 정상의 위치에서 화려하고 완벽한 삶을 살아왔다.
그녀의 삶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3년 전인 2014년 5월의 일이었다. 남편이 그녀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폭행하는 CCTV 영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그 사건 이후 그녀는 모습을 감추었다. 『정희』에서 그녀는 그동안 자신의 삶에 씌웠던 완벽이라는 가면을 벗고 30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힘들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그 기간 동안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이혼 수속을 밟았으며,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 책에는 그 절망의 시간을 버텨낸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한 여인이 어떻게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마주보게 되었는지를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 듣게 된다.” -
이상은 <서정희 에세이 - 쉰다섯, 비로소 시작하는 진짜 내 인생>의 출판사 책 소개, 즉 서평(書評)이다. 서평은 그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독자는 그 서평만으로도 충분히 그 책을 살까 말까를 판단하게 된다.
한때 본명보다 ‘서세원의 아내’로 더 유명했던 그녀. 그녀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4남매의 생계를 짊어진 어머니의 무거운 어깨를 덜어드릴 요량에 친척이 있는 미국으로 가고자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러다가 고운 미모로 말미암아 길거리 캐스팅이 됐고 첫 CF 촬영장에서 서세원을 만났다. 승승장구하는 남편과 좋은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그녀의 삶에 커다란 행복을 선사했다. 하지만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과 폭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섭고 끔찍했다.
그럼에도 그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두려워 “우리의 삶은 행복하다”는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혼소송을 마친 후 긴 침잠의 시간을 길어 올려 쓴 이 책을 보면 남편의 폭력과 폭언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고 황폐화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생후 6개월 때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전 문화장관이 떠오른다. 그녀는 프랑스 정부에서 지난 2012년 5월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통상관광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고 한다.
그녀에게 모 기자가 한국의 친부모를 찾아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녀는 단호히 답했다. “없습니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폭력적 원망과 트라우마가 동시에 읽혀지는 장면이었다. 부자간의 관계도 그러하거늘 헤어지면 남보다도 못한 게 부부 사이란 건 상식이다.
함민복 시인의 시 <부부>를 접하면 새삼 부부의 도리를 떠올리게 된다. ‘부부는 기다란 상을 맞들고 가는 것과 같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상을 탕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가수 김종환이 신곡으로 <아내가 돼줄래>를 냈다. “첫눈에 반해버려서 평생을 살자고 했지 ~ 복잡한 세상 살아도 사랑한건 너 뿐이였어 ~ (중략) 아무것도 없어도 좋아 나는 너의 남편이니까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게 ~”
올가을이면 결혼 36주년을 맞는다. 신혼 초기나 지금 역시도 빈궁한 살림살이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상대방을 아끼고 존중한다.
또한 아내에 대한 폭력과 폭언은 커녕 “돈은 지지리도 못 벌면서 허구한 날 술이나 퍼먹고 다닌다”며 오히려 아내로부터 안 맞으니 다행이다. 불교에서 이르길 부부의 인연은 ‘7천 겁(劫)’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남자 다 제쳐두고 나에게 온 아내이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내 아내가 돼줄래?”라고 해서 그렇게 해주었다면 응당 사랑하고 아끼면서 반드시 백년해로하는 게 남아의 도리이자 이치다. 아내에 대한 폭력과 폭언은 가장 비겁하며 남편과 남자라는 직위까지 박탈해야 마땅한 파렴치의 극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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