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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야근을 들어왔다. 각자의 위치에서 근무하다가 동료와 교대를 한 건 오늘 새벽 2시. 오전 6시까지는 다시금 꼼짝 못하고 안내데스크를 붙박이로 지켜야 한다.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야근이 가장 힘든 건 뭐니뭐니 해도 잠을 잘 수 없는 때문이다.
불면증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바로 옆에서 굿을 해도 쏟아지는 잠에 함몰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후자에 속하는지라 새벽 5시가 되자 웅크리고 있던 잠이 쓰나미 특공대로 습격했다. 이를 격퇴할 요량에 회사 밖으로 나갔다.
한여름답게 상쾌하기는커녕 고온다습의 불쾌감으로 텁텁했다. 지척의 회사 근처 공원엔 애완견을 앞세운 사람들이 더러 눈에 들어왔다. 그중엔 아예 품에 껴안고 속보로 걷는 이도 있었다. 순간 ‘니들이 나보다 낫구나’ 라는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강아지는 우선 고단한 야근을 안 해도 된다. 다음으론 1년 단위의 계약직인 까닭에 연말에 고용계약서를 다시 쓰는 일도 없다. 주인이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손 치면 이른바 애완견 ‘호텔’에서 호사까지 누릴 수 있다고 들었다.
오전 6시가 되자 지하 경비실에서 휴식을 취한 동료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올라왔다. “너무 더워서 눈 한숨조차 못 붙였네유.” “……!” 동료가 그처럼 고생한 건 에어컨 부재(不在)의 탓이었다. 집집마다 다 있는 에어컨이건만 유독 그렇게 경비실만큼은 예외다.
얼마 전 서울의 모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들(경비초소)에게 에어컨을 5대나 기부하였다는 미담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평소 호형호제하며 어련무던하게 어울린 사이였는가 하면 사별한 아내의 장례를 치를 때 역시도 빈소를 지켜준 의리가 고마워서 그리 했다고 한다.
순간 그 에어컨은 참으로 따스한 사람의 온정을 담은 기부물품이란 생각에 흐뭇함이 전이되어 왔다. 따지고 보면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의 관계는 ‘갑과 을’의 사이로 양분된다. 더욱이 최저시급의 인상이란 화두를 놓고는 아예 경비원을 없애고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필자와 같은 경비원을 일컬어 ‘감시‧단속적(監視·斷續的) 근로자’라 칭한다. 이러한 근로자는 일반근로자와 비교하여 노동 강도가 낮고 신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이 적다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근로시간 규제의 예외를 인정해도 「근로기준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근로자 보호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법에 관한 한 무지한지라 왈가불가는 피하겠지만 문제는 한여름과의 사투는 아파트 경비원과 회사 경비원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의 강조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스스로 사비를 들여 에어컨을 설치하면 되니까.
그렇지만 이럴 경우 반드시 생성되는 건 “대체 누가 이걸 설치한 겨? 경비원 주제에 돈도 많네”라는 따위의 구겸(鉤鎌= 갈고랑이 = 끝이 뾰족하고 꼬부라진 물건) 적(的) 비웃음이다. 가뜩이나 말도 많고 사복개천과도 같은 이도 없지 않은 직장인 까닭에 이런 말은 반드시 도출될 게 뻔하다.
물론 에어컨이 없이도 여름을 슬기롭게(?) 견디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건 휴식시간에 지하 경비실로 내려가 혼자 있을 적에 종종 써먹는 수법이다. 우선 이부자리를 펴고 눕는다.
다음으론 준비한 얼음을 그릇 따위에 부은 뒤 물을 섞는다. 이어 물수건을 적신 뒤 나신(裸身)이 된 몸 전체를 고루 적셔주면 된다. 다만 이런 고육책 동원의 경우, 반드시 선결이 되어야 하는 건 누가 봐선 곤란하므로 ‘혼자이고 싶어요’의 여건을 만들어야만 한다.
“미련 두지 말아요 이미 끝난 일인데 ~ 시간이 가기 전에 눈물이 나기 전에 앞만 보고 가세요~ (중략) 매달리지 말아요 이미 끝난 일인데 ~” 설운도의 <혼자이고 싶어요>이다. 어마지두한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에어컨이 없는 지독한 더위의 경비실이 차라리 무섭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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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