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80.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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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80. 김밥

신독(愼獨)의 ‘엄마표 김밥’ 단상

  • 승인 2017-07-04 11:35
  • 홍경석홍경석


“몇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 영화도 나는 멜로 너는 액션, 난 피자 너는 순두부 ~ 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 게 있어 ~ 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자두의 <김밥>이란 노래다.

몇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사이라는 걸 보니 최근에 만나 열애를 하는 중이거나 아님 더 나아가 결혼까지 했지 싶다. 지금이야 김밥도 프랜차이즈 업체가 성업 중이다. 따라서 과거처럼 어머니나 아내가 정성으로 싸준 김밥은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김밥은 역시나 ‘엄마 표’ 혹은 ‘아내 표’ 김밥이 맛도 탁월하다. 이는 그 김밥 안에 아이와 남편을 향한 사랑이 진득하게 녹아내려 신독(愼獨)돼 있는 때문이다. 얼마 전 모 기관서 펼쳐지는 백일장의 취재를 갔다.

잔디밭에서 김밥을 먹는 어떤 가족의 모습이 정겨웠다. 백일장을 빌미(?)로 가족 전체가 소풍을 온 듯 보였다. 펼쳐진 돗자리에 비스듬히 누워 그림을 그리는 아이에게 엄마로 보이는 이가 김밥을 연신 입에 넣어주었다.

그 모습이 흡사 먹이를 물어다 바치는 온갖 정성의 어미새처럼 보여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슬그머니 염탐을 했더니 그 김밥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김밥이 아니라 순수한 ‘엄마 표 김밥’이었다.

당근과 오이 등으로 형형색색 꾸민 덕분에 보기만 하는 데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생각 같아선 얻어먹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았다. 그러한 정경은 지난 시절의 어떤 그리움으로까지 건너뛰는, 그러면서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레테의 강’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저주의 빗방울을 맞은 탓이었을까.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집을 나간 엄마로 말미암아 ‘엄마 없는 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따라서 학교서 소풍 등을 갈 적에도 나만 유독 그렇게 ‘엄마 표 김밥’을 가져갈 수 없었다.

한데 그러한 아픔은 고스란히 어떤 반면교사로 이어졌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생 시절엔 집에서 내가 툭하면 김밥과 떡볶이 등을 만들기 주기도 다반사였다. 아내도 인정하는 나의 요리솜씨는 엄마 없이 성장한 데 따른 반대급부 성격이 강하다.

즉 ‘먹고살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음식을 잘 하는 이들을 찾아 먼발치에서나마라도 이를 ‘공부’한 덕분이다.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너리스크로 인해 애먼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과 ‘미스터 피자’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금은 과거와 달라서 오너리스크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이내 불매운동으로 동맹(同盟)한다. 따라서 요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김밥 프랜차이즈 역시도 오너리스크가 터지면 망한다는 사고방식의 접목과 인식의 착근이 시급함은 물론이다.

<김밥> 노래가 이어진다. “언제나 김과 밥은 붙어산다고 너무나 부러워했지~” 밥알이 김에 찰싹 달라붙는 것처럼 부부간에도, 가족 간에도 친밀(親密)의 중차대함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는 구태여의 강조일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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