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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그래서 장마철이 맞긴 하다. 그럼에도 입때껏 장마다운 장마는커녕 텅 빈 저수지가 여전히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러한 보도를 접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는 마치 우리네 인간의 빈부격차의 그것처럼 하늘이 주는 선물인 비(雨)조차 편차가 심하다는 발견의 정서가 발동하는 까닭이다. 어쨌거나 비도 오고 그래서, 더욱이 남들은 일하는 평일에 모처럼 쉬고 있다.
덕분에 미뤘던 글을 쓰고 시민기자로 활약하는 매체에 보낼 기사의 작성에도 넉넉한 짬이 보장되어 참 좋다. 누군가는 비를 싫어한다. 그 정도가 심하여 고작 한 방울의 빗방울일망정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악하는 이도 보았다.
반면 나는 비가 참 좋다. 우선 먼지까지 죄 쓸어가는 비처럼 그렇게 시나브로 맑아지는 치환의 마음이 명경지수(明鏡止水)로 바뀌는 때문이다. 그래서 이슬비일 경우엔 일부러 맞기까지 한다. 비는 십인십색인 사람처럼 종류도 다양하다.
‘는개’는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 조금 가는 비를 뜻한다. ‘먼지잼’은 겨우 먼지나 일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다 마는 비인 까닭에 싱거운 사람을 표현할 때 써먹어도 좋다. ‘웃비’는 좍좍 내리다 잠깐 그쳤으나 아직 비가 더 올 듯한 기색이 있는 비다.
‘여우비’는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이며 ‘모다기비’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 즉 요즘 같은 시기의 집중호우를 말한다. ‘발비’는 빗줄기가 발처럼 보이는 비를 뜻하고 ‘작달비’는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를 말한다.
‘목비’는 모내기 할 무렵 내리는 비인 관계로 농사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랬던 거지 ~ (중략) 오늘은 슬프거나 우울해도 괜찮은 맘이야 ~ ”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라는 가요이다.
비가 참 좋은 연유는 또 있다. 과거 소년가장 시절엔 여름철에 우산을 팔아 가난한 아버지와 먹고 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내와 열애하던 시절엔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가면서 사랑의 탑을 견여금석(堅如金石)으로 견고하게 쌓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엔 집에서 만든 부침개와 함께 마시는 막걸리 맛도 유별나다. 커다란 용량의 막걸리는 2천 원이면 구입이 가능한데 이에 취하면 하루가 행복하다.
여기서 기인한 취기(醉氣)는 또한 경제적 압박과 무력감에 마치 지질컹이처럼 쫓기며 시달리는 서민과 빈민 역시 모처럼 기를 펴는 날(日)일 수도 있다. 이를 목후이관(沐猴而冠)이라며 비웃는 이도 없지 않을 테지만. 비도 오고 그래서 참 기분이 좋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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