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89. 하얀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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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189. 하얀 원피스

종작없는 나비처럼

  • 승인 2017-07-15 00:01
  • 홍경석홍경석


남자와 달리 여자는 특권이 많다. 우선 화장을 할 수 있어 다소 빠지는 민낯을 보완할 수 있다. 키가 작을 경우엔 굽이 높은 핸드백으로 대체하면 된다. 예쁜 속옷과 섹시하게 보이는 멋들어진 스타킹 역시 여자니까 가능하다.

입술에 생기를 불어주고 촉촉하기까지 한 매력의 립스틱 역시 마찬가지다. 치렁치렁 긴 머리에 원피스의 착용 또한 남자들로선 어림도 없는 얘기다. 야근과 달리 주근을 할 때는 주로 주차부스에서 근무한다.

그러자면 출입하는 차량 외에도 생면부지 행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제는 길을 가던 하늘색 원피스 착용의 처자가 주차부스로 찾아왔다. “저기 뭣 좀 여쭤 보려구요.” “네, 말씀하세요.” “0000에 가려면 어디로?”

예의가 깍듯하기에 주차부스 밖으로 나와서 설명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큰 도로로 나가서 우측으로 약 200미터만 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거의 ‘생얼’임에도 불구하고 고운 자태가 인상적이었던 처자는 세월을 역류하여 10대 시절 열애의 늪에 빠지게 했던 지난날로 회귀하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비가 내릴 때 한 방울이라도 맞으면 마치 죽기라도 하는 양 비명을 지르는 이도 없지 않다. 산성비라 하여 ‘극혐’의 자세까지 보이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거엔 그러지 않았다.

비록 가난했기에 우산조차 없었지만 어르신들은 비료가 들어있던 비료부대를 잘라냈다. 그리곤 거기에 머리와 양팔까지 끼워 넣어 비를 피하는 묘수를 실천하셨다. 아이들은 외려 쏟아지는 비를 맘껏 즐겼다.

검정고무신을 아예 벗어 손에 들고 비를 만끽하며 달려가는 모습에선 호연지기까지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에 그녀가 날 찾아왔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서.

비가 내리는 날엔 그리움도 그처럼 같이 흘러내리는 법이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그녀의 비닐우산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 “하얀 원피스 입은 저 여자 저기 가는 저 여자 ~ 야윈 어깨 뒷모습까지도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 같애 ~ 나도 모르게 그 이름을 불러 보았지 ~ 그 사람이 맞다면 돌아보겠지 ~ 아아, 그런데 아니었다 허무했었다 ~ 사랑했던 여자 잊지 못할 여자 하얀 원피스 ~” -

박진석의 <하얀 원피스>라는 노래다. 세월은 총알보다 빠르다. 이순이 목전이다 보니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린, 더불어 성정마저 물 탄 간장처럼 싱거워진 아내가 안쓰럽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나팔꽃마냥 활짝 핀 미모에 하얀 원피스만으로도 충분히 양귀비(楊貴妃)를 필적할 만치로 고왔던 아내였거늘.

동창 여식의 결혼식에서 하객들 중 하얀 원피스를 입은 처자를 보자니 이런 생각이 종작없는 나비처럼 덜컹거렸다. 야윈 어깨의 뒷모습까지도 사랑스러웠던 아내였거늘……. 흘러가버린 청춘이 새삼 허무하기 짝이 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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