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01.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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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삶의 축] 201. 누나야

‘누나’ 3題

  • 승인 2017-07-28 00:01
  • 홍경석홍경석


#1.
‘누나’는 2013년에 개봉된 영화다. 어린 시절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빠진 자신을 구하다 죽은 동생을 잊지 못하는 윤희(성유리)는 그 죄책감의 감옥에 갇혀 산다. 어느 날 윤희는 동생의 유일한 사진을 간직해두었던 지갑을 동네 불량학생 진호(이주승)에게 빼앗긴다.

두 사람은 윤희가 급식 도우미로 일하게 된 학교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치면서 서로의 속내까지를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삶을 살았지만 각자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상처가 닮았음을 알게 되는 윤희와 진호.

이어 윤희는 위험에 빠진 진호를 구하기 위해 행동하면서 여태껏 자신을 짓눌렀던 트라우마를 깨고 세상을 향해 다시 힘찬 발을 내딛는다.

#2.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열사들은 무척이나 많다. 그러나 아나키스트가 돋보인 경우는 우당 이회영 외는 기실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폭발적 인기몰이 중인 영화 ‘박열’은 이런 관점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인물이다.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인해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된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또한 국민적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역사적인 재판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박열 역의 이제훈 연기도 돋보이지만 ‘숨어있던 진주’에 다름 아닌 후미코 역의 최희서 열연과 능숙한 일본어 발음은 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21세의 젊은 나이에 투옥되었던 박열 선생은 22년 2개월이라는, 실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간의 구금 뒤 1945년 10월 27일이 되어서야 아키다 형무소에서 석방되었다. 반면 후미코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안타까움이 장마철의 습기 이상으로 끈적끈적하다.

박열은 1902년생이고 가네코 후미코(金子 文子)는 1903년생으로 박열이 한 살 연상이다. 하지만 박열은 그녀에게서 어쩜 누나와도 같은 흠모와 연정까지를 동시에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3.
장마철의 먹구름인 양 암울했던 소년가장 시절에 그 누나를 만났다. 당시 나는 광주리에 주전부리와 음료를 담아 차부에서 팔았고, 그 누나는 시외버스에 올라 발차를 기다리던 여대생 승객이었다.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거늘 이렇게 고생을 하다니…” 그렇게 인연이 되어 그 누나는 차에서 내려 나에게 국밥을 사주셨다. 나에게서 주소지를 종이쪽지에 적은 그 누나는 하루가 멀다고 편지를 보내오셨다.

- ‘지금은 어렵지만 훗날엔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 믿는 습관을 들여야 해.’, ‘너보다 더한 환경에서도 이를 악물고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들은 본받거라!’ -

편지란 답장의 도착을 전제로 한 일종의 어떤 거래라고 생각한다. 답장을 쓰면서, 또한 주변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아니면 책을 보면서도 이 세상의 절반은 슬픔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누나와의 펜팔은 덩달아 누구로부터도 경멸받을 삶을 살아선 안 된다는 교훈까지 얻게 한 소득이 되었다.

“눈물 흘리지 마 작은 골목 귀퉁이 꿈을 잊었다고 ~ 눈물 흘리지 마 구름처럼 스쳐간 허무한 것을 ~” 임지훈의 <누나야> 라는 노래다.

이 가요에선 ‘들어도 들리지 않고 찾아도 찾을 수 없네 ~ 어디 있니 누나야 ~’ 라며 어디론가 사라진 누나를 애타게 찾고 있다. 때문에 이 곡을 듣자면 지난 시절 나의 인생 멘토이기도 했던 여대생 누나가 해돋이처럼 떠오른다. 지금은 얼추 칠순의 할머니가 되어 계실 누나, 아니 누님이 그립다.

“누나~ 슬퍼도 울지 못하는 민들레처럼, 또한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세상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왜냐면 사랑이 없는 삶은 고작 허깨비에 불과할 따름이니까요. 제게 비록 누나는 없었으되 친누나 이상으로 협흡한 관계가 여전한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이만하면 된 거 아닌가요?”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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