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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엿이 녹아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흐물흐물하다. 그런 엿이 팔뚝과 전신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찝찝하다 못해 몹시 불쾌하다. 어젯밤의 야근 때도 열대야는 이와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잠시 쉬는 시간엔 그래서 아예 전라(全裸)인 채로 선풍기 앞에 서서 땀을 말렸다. 그러면서 새삼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는 왜 오늘날까지도 그야말로 이런 개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라는 화두에 잠시 함몰되었다.
그 흔한 에어컨 한 대의 설치조차 야박한 직장, 근무 중에 사용하면 안 된다며 비싼 돈 들여서 산 노트북의 사용마저 직무정지로 만든 직장이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황금의 야근 시간 글쓰기마저 중단된 지 오래다.
이런 불만 등이 참을 수 없는 열대야와 중첩되면서 그예 ‘내 직장은 고작 처서판에 다름 아니다!’는 결론에 이르고야 말았다. 참고로 ‘처서판’은 막벌이 노동을 하는 험한 일판을 의미한다. 잠시 후 동료와의 교대시간이 되어 다시금 지상 1층의 안내데스크로 올라왔다.
사방이 꽉 막힌 지하의 경비실보다 널찍한 지상이 훨씬 낫다. 더욱이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었기에 너울대던 폭염의 기세도 한결 꺾여져 있었다. 덕분에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를 일사천리로 일독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미래 디자이너’로 불리는 김현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이 전파하는 행복한 미래 설계용 안내서다. 행복에너지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은 100세 시대를 맞은 현재 그 100세 시대에 걸맞는 행복 창출 노하우를 알려준다.
“내 일(My job)이 없으면 내일(Tomorrow)이 없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건물을 지을 때 뼈대(구조물)가 가장 중요하듯 인생의 후반기에 있어서도 건물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일에 빗대고 있다.
즉 일을 해야만 비로소 건강과 보람, 사회적 관계 등 다른 요소를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 까닭은 저자와 필자가 같은 ‘베이비부머’세대이기에 마치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서까지 공유하고 있어서였다.
주지하듯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가난과 배고픔의 역경을 이겨낸 세대다. 1950년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 2만7000달러를 넘어선 것과 같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했어도 자식교육은 반드시 시키겠다는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성장했다. 가난해도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전설을 실현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베이비 붐 세대들이 은퇴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0만 명에 가까운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청년실업까지 하늘을 찌르고 있기에 결로 녹록지 않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빈곤한 100세 시대는 오히려 재앙이다. 가장이 퇴직 내지 실직 후 불과 열흘 정도만 쉬어도 못마땅해 하는 마누라 눈살이 흡사 뺑덕어멈을 닮아가는 건 구태여 사족의 ‘차디찬 현실’이니까.
그럼 어찌해야 온전하고 현명한 베이비부머의 100세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까? 저자의 주장처럼 갑자기 꺼지는 백열등이나, 어느 틈엔가 깜빡깜빡하면서 맛이 가는 형광등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LED처럼 일할 수 있는 여력과 체력 모두를 겸비해야 된다.
여기에 들메끈(신이 벗어지지 않도록 신을 발에다 동여매는 끈)의 각오로 정진한다면 무엇이 불가능할까 싶다.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폐교하는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저자는 ‘고령화로 푸는 저 출산 대책’에서 이 문제도 간과하지 않는다.
이처럼 폐교되는 학교를 학교 본연의 취지에도 부합되게끔 어른과 노인, 은퇴자들을 가르칠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자는 아이디어 역시 무릎을 치게 만든다. 베이비부머는 7백만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삼국지>에서 조조는 백만 대군을 ‘적벽대전’에서 잃었다. 하지만 우리의 ‘막강한’ 베이비부머들은 그들이 살아온 역사가 곧 역경과 도전, 그리고 열정과 극복의 점철이었기에 얼마든지 성공으로의 치환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이동원, 박인수가 부른 <향수>다. 향수(鄕愁)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을 뜻한다.
베이비부머에게 있어 그 향수의 감격은 파고(波高)가 격랑(激浪)이다.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고향을 찾을 적에 금의야행(錦衣夜行)은 아닐망정 최소한 고향친구들에게 술 한 잔 낼 수 있는 친구라야만 비로소 환영도 받을 수 있다.
아직 40년이나 남은 ‘100세 시대’라니 더 큰 각도에서 인생 2모작의 도모(圖謀)에 가일층 노력하고 볼 일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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