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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가 되자 직원들이 우르르 퇴근을 시작했다. 회사 건물 내에 콜센터가 있는 까닭에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여성들의 수다가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오기도 전부터 왁자지껄했다.
“넌 휴가 어디로 갈 거니?” “난 바다로, 넌?” “나는 계곡이 좋더라.”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처자들이 부러웠다. 휴가는 커녕 시궁(더러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썩어서 질척질척하게 된 도랑)처럼 좁디좁은 지하의 경비실에서 땀을 비 오듯 흘려야 하는 우리들 경비원의 고충이나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간절한 즈음이다.
지난 7월28일자 모 신문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경비실 에어컨 설치 시 전기료 부담 싸고 찬반투표 - “가구별 月100원 더 내면 돼… 찬성” vs “주민 30%가 에어컨 없는데… 반대”라는 기사가 돋보였다.
내용은 서울의 어떤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주민들이 부담하여 에어컨을 설치해 줄 예정이란다.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원망을 들을까 우려되어 이를 주민투표에 붙여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예상 전기료로 추정되는 매달 20만 원(여름철에만 많이 부과됨)을 나눴을 때 가구당 부담은 월 평균 100원꼴이라고 했다. 이러한 기사를 보면서 참 마음이 따뜻한 주민들이라고 느껴졌다. 회사 소속의 경비원들조차 에어컨은 그림의 떡인 삭막한 현실의 고찰은 더욱 짜증스런 무더위로 다가왔다.
한데 진짜 ‘제대로 짜증’은 잠시 후에 발생했다. 두 명의 여성이 다가오더니 지하 5층 주차장에 주차해 둔 자신들의 차량 바로 앞을 어떤 승용차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어를 꽉 채워놨고……” 연락처도 없어서 난감하다며 해법을 요구했다.
궁여지책으로 나의 연락을 받은 동료 경비원과 방재실 직원이 건물 전체를 돌면서 차량 번호의 운전자 수배(?)에 나섰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겨우 찾아낸 운전자는 되레 적반하장으로 화를 벌컥 냈단다.
추측하건대 ‘하찮은 경비원 주제에 외제 차까지 굴리고 있는 나한테 건방지게 차를 빼라 마라 잔소리야?’라는 유들유들한 건방짐이 원인이지 싶었다. 성질 같아선 당장이라도 쫓아 올라가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엄연히 을(乙)의 처지인 내가 불리할 건 뻔했기에 겨우 참았다. 그러나 마음에 남겨진 상처(傷處)는 숨길 수 없었다.
그러한 상처의 사례는 또 있다. 퇴근하는 직원들 중 그나마 5분의 1은 인사를 한다. “수고하세요~” 한데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건성으로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어이가 상실된다. 그런 인사는 안 하는 것만 못한 때문이다.
아울러 그러한 나무거울(겉모양은 그럴듯하나 실제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같은 사람의 허투루 인사 역시 때론 상처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젖어 있는 두 눈 속에 감춰진 그 사연은~ 아직도 가슴에 아물지 않은 지난날의 옛 상처~” 조용필의 <상처>라는 가요다. 말로 입은 상처는 칼로 베인 상처보다 깊고 아프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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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