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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래서 어제 저녁 9시부터 오늘 아침 8시까지는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않았다. 덕분에 그동안 막걸리와 맥주 등으로 혹사(?) 당하면서 덩달아 똥배까지 불룩 나왔던 아랫배가 훨씬 날렵해졌다.
‘재물이든 음식이든 역시나 과유불급이여~’ 병원을 나와 식당으로 들어섰다. 만두 한 접시에 콩나물 해장국 둘, 거기에 소주까지 한 병을 시키니 식탁이 금세 푸짐해졌다. 동행한 동료에게 연신 권하니 시장했던 탓인지 푼푼하게 잘 먹었다.
반면 밥보다 술을 즐기는 터여서 나는 밥을 채 반 공기도 먹을 수 없었다. “밥이 보약인데 왜 안 드세요?” ‘밥이 보약이라?’ 과연 그럴까…….
<한식의 품격 -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 (저자 이용재 / 출간 반비)에 이에 대한 정답이 나와 있다. 이 책은 한국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음식 평론가 이용재의 신간이다.
전작 《외식의 품격》을 통해 한국에서 유통되는 양식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기준과 원칙의 부재를 짚었던 그가 여기 『한식의 품격』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한식’이라는 크나큰 밥상을 ‘엎는’, 그러나 종횡무진의 신선하면서도 파격의 글 솜씨를 마구 발휘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모두의 여망이다. 한데 이러한 바람의 긍정적 도출은 가족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서 숟가락을 드는 풍경이 제격 아닐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1인 가구 수는 5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혼자 먹기에 적당한 소(小) 포장이 대세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은 것은 ‘저녁 없는 삶’과 아울러 어머니와 아내의 정성이 깃든 밥과 반찬이 아니라 얼추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들의 상품이 다 조악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르신의 자녀(손자)들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까지 이뤄졌던 우리네 전통적 식사의 풍경마저 연기처럼 증발했다는 현실은 적이 안타깝다는 주장을 펴지 않을 수 없다. <한식의 품격>은 어쩌면 예민하기 짝이 없는, 이를테면 국수적(國粹的) 어젠다(agenda)일 수도 있을 한식(韓食)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구 쏟아낸다.
예컨대 “하루 한 끼의 직접 조리도 어려운 현대인에게 있어 여러 개의 반찬이 요구되는 한식의 형식은 적합할까?”라는 의문의 도발과 함께 “가사노동 분담이 OECD 회원국 최하위인 상황에서 직접 담근 김치의 미덕은 족쇄에 불과하지 않을까?” 라는 부분이 그 정점이다.
더불어 이러한 구체적인 의문과 사안을 짚어내면서 현대화된 식생활과 동떨어진 채 구태와 습관을 답습하는 한식의 맛과 고루함까지를 비판한다.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맛없기로 악명이 자자한 ‘국맥’, 즉 국산맥주(이들 제조업체들은 제발 각성하라!)에 대한 개탄과 함께,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도수(度數)를 마구 낮추는 소주에 대해서도 질타를 퍼붓는다.
도수 낮은 맥주는 싱겁고 밍밍하며 마찬가지로 도수를 내린 소주 역시 들척지근하고 닝닝하다. 하여 이를 각각 마시면 너무나도 맛이 없다. 건강검진을 마친 뒤 귀가해서도 그랬지만 그래서 ‘소맥’, 즉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지 않으면 너무나도 맛이 없는 게 바로 우리나라의 술들이다.
어쨌거나 담배와 달리 소주라도 정부에서 파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 건 그나마 다행이란 느낌이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든다.
- 술은 중독성이 강하지만 습관적으로 마시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이유는) 절반은 억울함에 기대어 술을 권한다. 소주는 이런 현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내연기관의 연료다. -
<한식의 품격>은 한식이 동시대의 현실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음과 동시에, 그럼 어찌하면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가의 노하우를 내연기관에 담은 넉넉한 연료와도 같은 책이다.
“온종일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틈만 나면 니가 생각나 ~ 언제부터 내 안에 살았니 참 많이 웃게 돼 너 때문에 ~ (중략) 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 쥬얼리의 <니가 참 좋아> 이다.
일본의 대표음식인 스시(sushi)나 베트남의 쌀국수처럼 우리의 한식도 이젠 환골탈태할 때가 되었지 싶다. 그래야 ‘니가 참 좋아’라는 명성까지를 계속하여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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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