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216. 니가 참 좋아

  • 문화
  • 가요는 삶의 축

[가요는 삶의 축] 216. 니가 참 좋아

너무 맛없는 우리나라 술 유감

  • 승인 2017-08-12 00:01
  • 홍경석홍경석


해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래서 어제 저녁 9시부터 오늘 아침 8시까지는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않았다. 덕분에 그동안 막걸리와 맥주 등으로 혹사(?) 당하면서 덩달아 똥배까지 불룩 나왔던 아랫배가 훨씬 날렵해졌다.

‘재물이든 음식이든 역시나 과유불급이여~’ 병원을 나와 식당으로 들어섰다. 만두 한 접시에 콩나물 해장국 둘, 거기에 소주까지 한 병을 시키니 식탁이 금세 푸짐해졌다. 동행한 동료에게 연신 권하니 시장했던 탓인지 푼푼하게 잘 먹었다.

반면 밥보다 술을 즐기는 터여서 나는 밥을 채 반 공기도 먹을 수 없었다. “밥이 보약인데 왜 안 드세요?” ‘밥이 보약이라?’ 과연 그럴까…….

<한식의 품격 -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 (저자 이용재 / 출간 반비)에 이에 대한 정답이 나와 있다. 이 책은 한국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음식 평론가 이용재의 신간이다.

전작 《외식의 품격》을 통해 한국에서 유통되는 양식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기준과 원칙의 부재를 짚었던 그가 여기 『한식의 품격』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한식’이라는 크나큰 밥상을 ‘엎는’, 그러나 종횡무진의 신선하면서도 파격의 글 솜씨를 마구 발휘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모두의 여망이다. 한데 이러한 바람의 긍정적 도출은 가족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서 숟가락을 드는 풍경이 제격 아닐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1인 가구 수는 5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혼자 먹기에 적당한 소(小) 포장이 대세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은 것은 ‘저녁 없는 삶’과 아울러 어머니와 아내의 정성이 깃든 밥과 반찬이 아니라 얼추 천편일률적인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들의 상품이 다 조악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르신의 자녀(손자)들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까지 이뤄졌던 우리네 전통적 식사의 풍경마저 연기처럼 증발했다는 현실은 적이 안타깝다는 주장을 펴지 않을 수 없다. <한식의 품격>은 어쩌면 예민하기 짝이 없는, 이를테면 국수적(國粹的) 어젠다(agenda)일 수도 있을 한식(韓食)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구 쏟아낸다.

예컨대 “하루 한 끼의 직접 조리도 어려운 현대인에게 있어 여러 개의 반찬이 요구되는 한식의 형식은 적합할까?”라는 의문의 도발과 함께 “가사노동 분담이 OECD 회원국 최하위인 상황에서 직접 담근 김치의 미덕은 족쇄에 불과하지 않을까?” 라는 부분이 그 정점이다.

더불어 이러한 구체적인 의문과 사안을 짚어내면서 현대화된 식생활과 동떨어진 채 구태와 습관을 답습하는 한식의 맛과 고루함까지를 비판한다.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맛없기로 악명이 자자한 ‘국맥’, 즉 국산맥주(이들 제조업체들은 제발 각성하라!)에 대한 개탄과 함께,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도수(度數)를 마구 낮추는 소주에 대해서도 질타를 퍼붓는다.

도수 낮은 맥주는 싱겁고 밍밍하며 마찬가지로 도수를 내린 소주 역시 들척지근하고 닝닝하다. 하여 이를 각각 마시면 너무나도 맛이 없다. 건강검진을 마친 뒤 귀가해서도 그랬지만 그래서 ‘소맥’, 즉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지 않으면 너무나도 맛이 없는 게 바로 우리나라의 술들이다.

어쨌거나 담배와 달리 소주라도 정부에서 파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 건 그나마 다행이란 느낌이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든다.

- 술은 중독성이 강하지만 습관적으로 마시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이유는) 절반은 억울함에 기대어 술을 권한다. 소주는 이런 현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내연기관의 연료다. -

<한식의 품격>은 한식이 동시대의 현실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음과 동시에, 그럼 어찌하면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가의 노하우를 내연기관에 담은 넉넉한 연료와도 같은 책이다.

“온종일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틈만 나면 니가 생각나 ~ 언제부터 내 안에 살았니 참 많이 웃게 돼 너 때문에 ~ (중략) 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 쥬얼리의 <니가 참 좋아> 이다.

일본의 대표음식인 스시(sushi)나 베트남의 쌀국수처럼 우리의 한식도 이젠 환골탈태할 때가 되었지 싶다. 그래야 ‘니가 참 좋아’라는 명성까지를 계속하여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3. 천안어린이꿈누리터, '2026 찾아가는 팝업놀이터' 본격 운영
  4.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5.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1. 공군2여단, 호국보훈의 달의 맞아 국가유공자 초청 행사 실시
  2.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3. 연암대, 연암리빙랩 어드벤처디자인 경진대회 개최
  4. 한기대,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서 글로벌 창업 꿈 키운다
  5.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영준)은 18일 제35번째 '칭찬배달통' 수상자로 회계과 이형근 주무관을 선정하고 전달 행사를 개최했다.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